하와이 영사관 민원서비스 "개선 시급"

만성적 민원처리 인력 부족으로 동포사회 '불편' 동포사회 중심지역으로 영사관 이전 검토 필요

2024-05-13     김찬훈 특파원
하와이 웨스틴 마우이 오션뷰. 선셋 뷰와 멀리 라나이 섬 전경 @뉴스코리아 포토 DB

 

(호놀룰루=뉴스코리아) 김찬훈 특파원 = "우리 영사관은 정글속 구중궁궐 같아요". 호놀룰루에서 40여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72. 여)의 하와이 영사관에 대한 촌평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동포들은 모국의 영사 민원서비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문화와 언어가 낯설은 타국에서 유사시 믿고 의지할 만한 곳은 모국(공관)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지 여론에 따르면 하와이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영사서비스에  대한 민원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와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선호도나 호감도와는 상반된 평가라서 이례적이다.
 
동포들은 현 영사서비스에 대해 박한 점수를 매기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는 영사 민원 전담 인력 부족으로 민원처리가 느리고, 두번째는 영사관의 위치도 산속에 자리잡고 있어 동포들의 접근도가 떨어진다는 것.
 
 
'민원 전담 인력 보충 절실'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하와이의 한인동포등 재외국민수는 5만 2,696명이다. 
 
동포들은 대부분 호놀룰루 시내 중심부에서 거주하거나 자영업등으로 생계를 영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사관에서 동포들의 여권, 영사 위임장 발급 등 민원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현재 단 2명이다. 직원 2명이 5만여 한인동포들의 수십여가지 민원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영사 위임장 하나 발급받기 위해서 동포들은 통상 민원실 밖에서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민원실이 좁아서 시큐리티 가드(경비원)가 순번대로 입장시키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민원실 안으로 들어가서도 1시간 이상을 또 허비해야 한다. 
 
생업에 바쁜 동포들이 민원서류 하나 발급 받으려면 총 3~4시간, 반나절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마저도 민원적체로 1인당 하루 2장의 민원신청만 가능하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동포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 위임장을 발급받으러 영사관을 찾았다가 거의 오전시간 전부를  보냈다는 이모씨(56. 여)는 "영사관에 오기만 하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어린아이들 방과후 픽업시간에 쫒기거나 생계가 바쁜 사람들의 경우 참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사관을 방문해 지리한 민원처리를 경험한 동포들은 한결같이 전담직원 증원만이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리커스토어(주류 마트)를 운영하는 한모씨(67, 남)는 "먹고 사느라 바쁜 동포들의 직접적 대화창구는 민원 전담 직원 1~2명이다. 영사나 공무원 등 공관 직원들은 엄청 많은 것 같은데, 동포들의 접점은 현장 민원처리 직원이다. 실생활에서 동포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임장등 서류를 발급하는 전담 직원 한명이 밀려드는 민원처리 요청에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애처롭고 화가 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머나먼 영사관, 머나먼 서비스'
 
두번째 문제는 한인사회에서 동떨어진 영사관 위치다. 
 
호놀롤루 총영사관은 산속에 위치해 있다. 주소는 2756 Pali Highway, Honolulu, Hawaii. 

한인사회의 중심인 카피올라니 블루버드, 사우스킹 스트리트, 맥컬리 스트리트, 다운타운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한국 관광객의 주요 집결지인 와이키키에서는 더 멀다. 이곳에서 영사관까지 평일 기준 승용차로 30분 이상 달려가야 한다. 
 
하와이 카이 등 동부지역에서 출발하면 정체가 없어도 족히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참고로, 하와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2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는 (장거리에 해당되어) 기피한다. 
 
하와이의 하루는 아침 7~8시경 시작해 오후 4시경 끝난다. 이렇게 하루가 짧은 하와이에서 살아가려면 시간을 아껴서 활용해야 한다. 
 
그럼 미국 본토나 타 지역들은 어떨까.
 
시애틀 총영사관은 상업지구인 머서 스트리트(115 W Mercer St, Seattle, WA 98119) 한복판에 있다.
 

 

또 뉴욕 총영사관도 미술관과 보험회사가 있는 이스트 57번가에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 한인사회를 이루고 있는 LA에서도 총영사관은 한인 밀집지역인 Wilshire Blvd에 위치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댈러스나 필라델피아 출장소도 가까운 거리에서  동포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동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총영사관은 한결같이 한인사회의 심장속에서 자국민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30여년을 거주한 또 다른 이모씨(75, 남)는 "영사관이든 대사관이든 동포들의 접근성이 좋아야 설립목적인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여권, 비자, 병역 등 동포민원업무를 신속히 처리해 줄 수 있을텐데 산속에 있는 영사관을 찾기가 쉽지않다"고 일갈했다.

신혼여행객 최모씨(31, 여)는 "한국에서 와이키키를 찾는 관광객이 종종 자전거를 탄 강도에게 여권, 지갑 등을 강탈당하는 사고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으면, 신속한 영사서비스를 받아야 할텐데, 와이키키에서 영사관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영사관, 동포사회 경제중심지로 이전 필요
 
재외국민의 비자 및 각종 민원증명서 발행, 자국민 보호, 타국의 정보 수집, 그 나라와의 친선 관계, 국제 회의와 교섭의 준비 등을 위해 현지에 설치하는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그 공관이 동포들의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면 시급히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재외공관 민원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동포사회이기 때문이다.
 
영사관 위치를 시내 중심부로 옮기는 것이 당장 곤란하다면 우선 임시 분관이나 출장소를 설치하는 것도 시의성 있는 해법이다.
 
대한민국 재외공관 설치법 제4조와 대통령령에 따르면,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53조 제 1항 제1호와 제2호는 분관 또는 출장소 설립근거로 "재외국민의 불편사항(공관의 위치가 재외국민의 집중적 거주 및 방문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재외국민 보호 및 영사민원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 공관의 위치가 통상 중심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을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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