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기자도 당한 금감원 사칭 금융사기 '특별조심'

30년 금융 기자 "해외서 신청한 적 없는 카드 발급 문자 보고 당황" 사기꾼 "금감원에 신고접수 완료, 금감원장 명의 확인증 발급" 악성코드 때문 '금융상담전화 1332'로 전화해도 사기꾼이 응대 '금감원장 명의 안전계좌'라는 말에 속아 자금이체하자 편취

2024-07-05     김찬훈 기자
금감원이 설명하는 금융사기의 개념과 주요 사기 유형 @금융감독원

 

'해외 카드 발급' 등 뜬금 없는 의심스러운 문자 메시지 '확인 금지'

(뉴스코리아=서울) 김찬훈 기자 = 며칠전 김모(58, 남) 기자는 느닷없이 문자 한통을 받았다. 해외에서 본인이 신청한 적 없는 신용카드 발급 및 노출된 금융정보로 예금까지 탈취당할 수 있다는 경고내용였다.

김기자는 처음에 누군가 장난으로 보낸 문자로 치부하며 무시했다. 30여년간 금융 당국 및 경제 부처를 출입하며 금융 전문기자로 활동해 어지간한 금융정보는 보통 사람보다 한 수 위라고 자부하던 터였다.

하지만 후속 문자를 보고 김기자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감원장 명의 안전계좌'로 자금을 옮기지 않으면 사기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전세 증액자금으로 모아둔 수억원을 은밀히 계좌에 가둬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기자는 여전한 의구심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자 하단의 번호를 눌렀다. 사기꾼은 "우리는 신용카드사고 금감원에 이미 사고신고접수를 했다. 곧 이복현 금감원장 명의 확인증을 받을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금감원장 명의 피해 사실 확인증과 가짜 금융상담 1332콜센터

잠시 후 텔레그램으로 한통의 첨부파일이 날라왔다. 실제 현 금감원장 명의 '피해사실 확인증'이었다. 이때부터 김기자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내 금감원이 운영하는 '금융상담 통합콜 1332'로 전화했다. 상담원은 "피해신고가 들어온 게 맞다. 담당자는 김동민 과장"이라고 밝혔다.

또다시 걸려온 한통의 전화. 김동민 과장이라는 사람였다. 그는 "귀하의 소중한 돈을 '금감원장 명의 안전계좌'로 빨리 자금을 이체해야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기자는 더 이상 합리적 의심을 접고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 처럼 사기꾼의 지시에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당시 김기자의 머리속에는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 증액자금을 지키는 일 외에 명정한 판단과 첨예한 분석력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사기꾼, 금감원장 명의 안전계좌 운운하며 자금이체 요구

김기자는 곧바로 '금감원장 명의 안전계좌'에 전세 증액자금 전액을 이체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몇 시간 후 그는 후배 기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후배 기자는 "그거 금융사기 수법이다. 빨리 경찰에 사기피해 신고를 하고 모든 계좌 지급정지 처리하라"고 화급하게 말했다.

김기자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배의 휴대폰으로 김동민 과장이라는 사람에게 연락했으나 연결이 불가능했다. 금감원 콜센터 1332로 전화했는데 이전 통화연결음과는 분명 달랐다. 

김기자는 서둘러 경찰에 금융사기피해신고를 접수하고 모든 금융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사후약방문이었다. '안쓰고 안먹고 모았던 전세 증액자금'은 이미 연기 처럼 사라진 후였다.

김기자는 본인의 경솔함과 부족한 금융사기 피해 예방지식을 한탄했다.

사기문자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순간 악성코드앱 깔려

그렇다면 사기 혐의자들은 어떻게 '금감원장 명의 확인증'을 만들어 송부할 수 있었을까. 특히 어떻게 금감원이 운영하는 금융상담전화 1332로 걸려오는 피해자의 전화에 거짓으로 응대할 수 있었을까.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장 명의 확인증은 인터넷에 떠도는 양식이나 금감원 로고를 도용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피해자가 사기문자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를 누르는 순간 이미 그 폰에 악성코드앱이 깔린다. 이후 1332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도 사기꾼의 사무실로 전화가 연결되므로 그들이 1332를 사칭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사기도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이나 가정 마다 사전에 철저한 금융지식과 피혜예방요령을 함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사기 피해 후 필수 사후조치방법

금융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신속히 경찰에 금융사기피해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이때 계좌 지급정지를 함께 요청해야 한다. 경찰은 신고자의 피해사실을 등록한 후 즉시 해당 은행 등에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한다. 

피해자는 이후 금융사기피해사실 확인원을 첨부해 금감원 '금융사기대응단(전국 단일번호 1332)'에 알리는 한편 금융사기 피해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가까운 은행 점포를 찾아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본인 피해정보의 등록을 요청하면 탈취당한 개인정보로 발급되는 신용카드 사용등 추가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후 관계 당국은 접수자의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일정 수준의 피해금액을 환급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경우에도 전체 피해금액의 회복은 사실 불가능하다.

일반 국민들이 스스로 금융사기 수법과 유형을 간파하고 예방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김기자는 지금 쓰라린 속을 술로 달래며 세상을 원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등 관계 당국은 또 다른 김기자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금감원장 명의 확인증', 이나 '금감원장 명의 안전계좌', 그리고 '금융상담전화 1332 사칭 사기피해'유형을 적극 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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