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짜오 여행 작가의 "베트남 사파를 위한 습작" No.2

- "변해가는 사파(Sapa)와 뒷전으로 밀려나는 소수민족 사람들"

2025-07-17     이웅연 특파원

편집자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네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프랑스, 몽골 등을 자유롭게 여행했던 신짜오 여행작가의 여행기를 본지 베트남 특파원인 이웅연 기자와 작가와 협의로 연재를 시작 합니다.

(뉴스코리아=호치민) 이웅연 특파원 = 약 6년에 걸쳐 다녔던 사파의 지나간 옛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몽족과 기타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골짜기 마을들은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강요된 변화처럼 서서히 바뀌고, 사파 성당, 광장, 호수가 있는 사파 타운도 많은 변화를 강요 당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낡고 허름했지만 소수민족의 사랑방 역할과 다양한 여행객이 만나는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넘쳤던 곳이고, 이른 아침에 도착하는 낮선 여행객들이 따뜻한 쌀국수와 여러 먹거리를 먹을 수 있었으나 오래전 재개발이란 미명아래 철거를 당해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다.

 

 

인도차이나 반도 최고봉인 3,143m의 판시팡 정상은 1박2일 등반코스로 올랐지만, 지금은 정상 턱밑까지 케이블카가 건설되어 30 ~ 40분이면 누구나 숨 가쁘지 않고 쉽게 오를 수가 있다.

사파 타운과 호수 주변 곳곳에는 여러 신축 호텔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지만 지속발전 가능한 개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난개발만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밝고 순수한 소수민족의 애환과 삶을 엿볼 수 있던 여러 장소는 자본의 힘에 의해 없어졌거나 서서히 없어지는 현실을 바라보면 기분이 씁쓸하다.

더불어 소수민족의 얼굴을 기억해 보면 예전보다 오히려 표정은 더 어둡고, 가정집 여러 곳을 방문해 보아도 향상된 삶의 질을 찾을 수가 없다.

 

 

소수민족들은 개발로 발생되는 경제적 혜택에서 소외되고, 외지에서 들어온 자본가만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상품화해 더 많은 부를 축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트레킹 여행객이 하룻밤 머무르는 타반 마을도 외지 자본가가 투자한 좋은 시설의 민박집, 식당, 가게가 생기면서 낙후된 기존의 소수민족 전통 민박집과 가게는 뒷전으로 밀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소수민족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단한 애옥한 일상이지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 한구석이 애잔하게 저며 온다. 그러나 그들도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들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결코 자신을 낮추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비교도 하지 않고, 가진 자의 물질의 풍요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삶을 비관하거나 자포자기도 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숙명처럼 수백 년 전부터 만들어진 논과 밭에서 옛날 방식으로 땅을 일구고 고단한 농사일을 하며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들의 삶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지수는 물질의 풍요와 결핍을 함수로 하는 비례나 반비례의 수학적 표현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현실이 스쳐지나 가는 여행객의 눈에는 비루하게 보일지라도 각자가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사파 방문이 항상 그러하듯 하노이 여행자 거리에서 저녁 슬리핑 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하면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장사하고 있는 길거리 커피숍에서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남아 있는 새벽잠을 깨우고 사파 타운으로 걸어가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혼자 라오짜이 마을로 걸어간다. 때론 나 같은 여행객을 만나 말동무가 되어 같이 걸을 때도 있다.

약 4시간을 천천히 터벅터벅 홀로 걸어가면 큰 나무 민박집에 도착한다.
민박집은 사람이 있든 없든 내 집 마냥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면 그만이다.
민박집에 도착할 쯤은 아무도 없는 날들이 대다수이다.

출입문이 잠겨 있으면 열쇠 숨긴 곳을 알기에 자물쇠를 풀고 들어가면 된다.
아이들은 해거름녘이 되서야 돌아오고, 부부는 좀 더 늦게 돌아온다.
가끔 문이 잠겨 있기도 있지만 자물쇠 숨긴 곳을 알고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아이들은 학교를 파하고 친구와 어울렸든지 아니면 부모들이 시킨 논밭 일을 하였을 것이다. 

민박집에는 선풍기나 전열기 같은 가전제품은 아예 없어 날씨가 쌀쌀하거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아이는 부엌에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 준다.
따뜻한 불만큼 마음도 따뜻하다.

 

 

모닥불을 피우는 작은 구덩이 위에는 불쏘시게로 쓸 잔가지 나무를 보관하는 선반이 매달려 있고, 선반 아래는 훈제를 덜된 시꺼멓게 그을린 버펄로 고기와 돼지고기 몇 토막이 걸려있다. 

부엌에 홀로 앉아 불더미를 멍 하니 바라보면 부엌 안은 불그림자가 너울거리고 시간은 조용히 흐르며 온몸에는 따뜻한 온기가 퍼진다.  어쩌다 고기 덩어리에서 기름이라도 떨어지면 불꽃이 타닥타닥 튀면서 멍하니 앉아있는 나의 침묵을 한 번씩 깨울 뿐이다.

 

백석은 모닥불을 이렇게 적었다.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까락도 헝겊 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세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To be continued...

 

신짜오 여행작가 캐릭터 

 

신짜오 여행 작가의 사파를 위한 습작 2부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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