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왜 나요? 누가 내 집에 불 질렀나요?"

치매의 시작 '인지장애', 소중한 일상부터 까먹어 주변 관심과 도움, 조기 진단과 치료과정 꼭 필요

2024-08-15     김무성 동포 기자
치매는 '인지장애'로부터 출발한다. 치매환자를 두개의 얼굴을 가진 '망령'으로 보는 인식 대신 혼란의 시력으로 자기 얼굴을 찾지 못하는 '도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 김나혜

 

편집자 주   김무성 동포기자는 하와이에 거주중인 본지 최초의 고등학생 시민기자로 10대 학생의 시각에서 다양한 세상의 모습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행복을 태워버리는 '인지장애'와 '치매'

"이게 무슨 냄새지? 엄마! 탄 냄새가 심한데 설마 우리집 아니지?".

"나는 모르겠는데? 아이고 이게 무슨 연기야".

 

(뉴스코리아=호놀룰루) 김무성 기자 = 8월 12일(현지시간) 오전 7시 30분, 등교준비로 바쁜 아침. 동생은 코를 막고 황급히 엄마를 불렀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매캐한 탄 냄새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하와이 호놀룰루의 조용한 주택단지 2층집 하우스(단독주택)다.

기자와 엄마, 그리고 동생은 곧바로 아래층으로 내달렸다. 1층 상황은 심각했다. 창문으로 들여다 본 집안은 자욱한 연기 때문에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엄마는 다급하게 출입문 손잡이를 돌렸으나 허사였다. 안으로부터 잠겨 있었다.

"안에 계세요? 이모님. 어디 계세요?".

주먹으로 출입문을 쾅쾅 두드렸으나 집안에서는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대신 애견이 살려달라는 듯 낑낑거리며 주방 벽을 발톱으로 긁고 있었다.

엄마는 바로 이모님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무슨 일이세요?".

뜻밖에도 이모님은 태연한 음성이었다.

"집안에서 뭔가 타는 것 같아요. 혹시 불에 뭐 올려놓으셨어요?".

"우리 집에 불이 났다고요? 누가 불질렀나요?".

"불나기 직전 같아요. 빨리 타는 것을 꺼내야 해요".

"오 마이 갓. 내 정신 좀 봐. 레인지에 밥솥을 올려 놓았는데, 불을 안끄고 나왔네요. 나는 지금 시내에 볼 일 보러 왔어요. 지금 출발해도 한 시간 후에나 도착하는데, 아이고 어쩌나".

"걱정 마세요. 제가 지금 들어가서 레인지 불을 끌께요".

다행스럽게도 이모님은 거실 뒷문을 열어 놓은 채 외출중이었다. 엄마는 코를 막고 연기속으로 사라졌다. 대형 화재 일보 직전이었다.

이모님의 건망증 사고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한 달 전에도 대형 국솥을 올려두고 시장에 갔었다. 또 요리를 하던 중 불에 달군 집게를 본인 얼굴에 댔다가 화상을 입기도 했다.

그동안 집안에서 발생한 사건의 개요와 원인을 살펴본 결과, 이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그원인이 질병이든 주의 부족이든 화재사건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큰 불행의 결과를 낳는 만큼 보다 세심한 사전 대처가 필요하다.

중요한 일을 자주 망각하는 것은 실수일까 아니면 질병일까.

의학정보에 따르면 자주 중요한 기억이나 행위를 잊어버리는 증상은 단순한 건망증을 넘어선 '인지장애'나 '치매'로 판단된다.

먼저, '인지장애'는 단순하고 간헐적인 건망증 수준인 '기억성 경도 인지장애'와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기억력 소실상태인 '중증 인지장애'로 구분된다.

의학계에 따르면 '중증 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진행률은 약 30-40%다. '기억성 경도 인지장애 환자 중에서도 '치매'로 발전하는 비율은 10-15%다.

'인지장애'증상을 가진 사람이 빠른 시일내 '치매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예방활동을 간과하면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조기진단과 예방활동으로 치매 진행속도 늦춰야

'치매'는 뇌세포 손상이나 뇌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중증 인지장애 질병으로서 환자나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치매'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질환이 '알츠하이머'다. 또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등이 있다.

현재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획기적인 치매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경미한 건망증도 '치매'의 전조증상일까.

뇌신경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건망증과 '치매'의 내용과 수준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나 가족이 봤을 때 '이건 좀 아니다' 싶으면 빨리 신경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한다.

대한치매학회에서 제시한 치매 감별법으로 손쉽게 자가진단할 수 있다. 이 방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가족의 행위가 다음 15개 항목중 8개 이상 해당된다면 치매검사를 받는 게 좋다.

① 꼭 필요한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②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정확한 액수를 지불하기 어렵다. 

③ 혼자 재료를 준비해 요리하거나 밥상을 차리기 어렵다. 

④ 평소 손쉽던 청소, 설겆이, 빨래 등 집안일을 못한다. 

⑤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을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 

⑥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 가게, 약수터 등 익숙한 장소를 찾아가지 못한다. 

⑦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용량의 약을 챙겨서 복용하지 못한다. 

⑧ 잘하던 공과금 납부, 계좌 및 자금관리가 불가능하다. 

⑨ 갑자기 머리빗기, 면도, 화장 등 개인위생관리를 못하거나 안한다. 

⑩ TV, 세탁기, 청소기, 헤어드라이기 등 가전제품사용법을 잊는다. 

⑪ 옷, 안경, 지갑, 휴대전화등 소지품을 혼자 관리하지 못한다. 

⑫ 열쇠나 비밀번호를 이용해 대문이나 현관문을 정확하게 열거나 잠그지 못한다. 

⑬ 사전 계획된 집안행사나 모임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다. 

⑭ 최근 한달내 국내외 중요 뉴스를 기억하지 못한다. 

⑮ 익숙하게 즐기던 화투, 장기, 바둑등 취미활동의 방법을 잊는다.

'치매'의 효과적인 직접 치료제는 없어도 간접 치료제는 있다. 바로 전문가를 통한 조기진단과 예방이다.

 

치매를 바라보는 한미사회 인식의 미세한 차이

한국의 경우, 치매환자에 대한 의료급여와 자치단체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다. 하지만 사전 예방활동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누구나 치매의심증상을 가지면 자가진단후 신경과 전문의를 찾으면 뇌사진(MRI, CT, PET)으로 뇌손상의 원인, 범위,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대처법은 다르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의 경우, 사전 예방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치매와 친구되기(Dementia Friend Champion)' 프로그램으로 치매환자를 도울 자원봉사자를 육성하고 있다.

일정 과정의 치매 관련 학습과정과 치매환자 관리과정을 이수하면 '치매 전문 자원봉사자(Dementia Friend Champion)'로 활동할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 치매는 함께 부대끼고 껴안아야 할 '동반자적 삶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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