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스 인 하와이] "은의광시가 우리집 가훈" - ABC퍼니처 창업주 정동내 회장 내외와 오남매

숟가락만 갖고 시작한 이민생활, 은의광시와 근면성실이 최고자산 정회장 가족 "은혜와 의리를 베풀고자 노력했고 열심히 일한게 전부"

2024-12-18     김찬훈 특파원

편집자 주   본지 김찬훈 하와이 특파원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와이키키를 비롯한 하와이의 다채로운 명소 소개는 물론, 사건, 사고 현장 취재와 함께 하와이내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재조명 하기 위해 다양한 저널리즘의 시각에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 특파원은 하와이 한인들의 소담스러운 삶의 이야기들을 취재해 '치어스 인 하와이(Cheers in Hawaii)'라는 코너로 연재합니다.

 

ABC퍼니처 창업주인 정동내 회장 내외와 오남매가 함께 모였다. @ 뉴스코리아 김찬훈 특파원

 

은혜와 의리를 실천하라 

"은의광시 인생하처 불상봉(恩義廣施. 人生何處不相逢 : 은혜와 의리를 베풀라. 스쳐간 사람은 언제 어디서는 다시 만나는 법)"

(뉴스코리아=호놀룰루) 김찬훈 특파원 = 하와이 굴지의 한인기업 'ABC퍼니처'를 창업한 정동내 회장 가족의 가훈이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삶의 경구지만 정 회장 가족은 이 가르침을 이민생활중 금과옥조로 여겼다.

정 회장이 1976년 창업한 ABC퍼니처는 하와이 한인 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에게도 친숙한 로컬 기업으로 성장했다. 

ABC퍼니처는 가구제작용 폼(Form)을 대형 유통업체 등에 도매로 판매한다. 또 소파 및 침대 등 가정용 가구 소매, 상업용 가구 등을 맞춤 제작한다.

 

하와이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기업, ABC퍼니처

하와이 현지 주민들은 ABC퍼니처를 한국 이민자의 대표적 아메리칸 드림 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이 곤궁했던 시대에 배고프고 힘들었던 삶을 바꿔보고자 하와이행을 선택했다. 결국 그는 '남보다 덜 자고 더 일하는 근면성실의 삶'으로 인생을 바꿨다.

정 회장은 한때 광주에서 잘 나가는 부동산 중개업을 영위했다. 하지만 당시 국토 개발 붐이 일자 여기저기 사기꾼들이 발호했고, 순수하고 순진했던 정 회장은 그들의 밥이 됐다.

이에 따라 그는 졸지에 파산했고, 하와이로 이민을 결행했다. 한국, 특히 지방이었던 광주에서 다시 일어서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 가족의 새출발을 위한 밑천은 너무도 미약했다. 빚잔치하고 남은 것은 그야말로 지푸라기 몇가닥이었다.

가장으로서 정 회장은 묵묵히 남편을 믿고 따라주는 처와 어린 오남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선물하고 싶었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하와이에 살고 있던 누이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향 친구가족이 도시락을 만들어 들고 김포공항까지 배웅했다. 

살림은 망했지만 우애와 우정은 살아있었다.

친구들은 "먼길이라 배고플것여. 가는 도중이라도 이걸 까서 먹고 빈 그릇은 비향기 창문 열고 버리드라고 이?"라며 위로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창문은 있었지만 열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친구도, 정 회장 가족도 알리 없었다. 그 만큼 당시 한국생활은 여행을 자주 즐길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탓이었다.

하와이 이민생활은 출발부터 힘들었다. 가장인 정 회장은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자신감과 열정을 갖고 있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배움도 없이 덜컥 날아 온 이방인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하와이'라도 처음부터 '따뜻하고 아름답게' 품어주지 않았다.

론 정, 현 ABC 사장은 "당시 아버지는 영어를 거의 못했죠. 모처럼 식당에서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주문할때도 아버지의 영어를 종업원들이 알아듣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은의광시와 성공하겠다는 신념이 핵심 자산

하지만 영어를 못했던 정 회장은 두가지 핵심 자산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은의광시와 '성공 디엔에이(DNA)'였다.

가난하고 힘든 형편이었지만 정 회장은 늘 '은혜와 의리를 중히 여기고 베풀자'는 신념을 갖고 생활했다. 또 그는 반드시 성공해 오남매를 잘 키우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었다.

정 회장은 "광주 뿐만 아니라 하와이에 와서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가진 것은 없지만 늘 나누고자 노력했지요.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는 없는 법이지요. 사회는 같은 하늘을 이고 있으니까요"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에게 사회는 은혜를 함께 나누고, 서로 도우며 발전하는 삶의 터전이었다. 따라서 그는 늘 사회와 이웃에 봉사하고 헌신하고자 노력했다.

힘들고 고달팠던 시절, 정 회장에게도 여러 사람들이 은혜를 베풀어줬다. 하와이에 먼저 이민 와서 자리를 잡았던 누이와 동생이 먼저 우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어떤 현지 주민도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정 회장은 "이민 초기 피붙이인 누이 등 형제의 도움으로 살림집을 얻었어요. 그리고 한 필리핀계 주민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그게 청소일이었죠. 내 태도와 성실성을 판단하려고 시범적으로 준거지만 나와 가족들은 밤 늦도록 열심히 일했어요"라고 술회했다.

정 회장 가족의 성실성과 책임감을 높이 산 그 필리핀계 사업가는 정회장에게 정식 일자리를 제공했다. 하와이 성공신화의 출발점이었다.

또 한명의 은인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한인 사업가였다. 그는 버지니아에서 하와이로 이주한 이민선배 차 사장이었다.

차 사장은 76년 오아후 섬 갈리히밸리에서 인테리어사업을 시작했고, 정 회장에게 일감을 제공했다. 정 회장은 이때 배운 인테리어 지식을 바탕으로 가구회사 전신인 ABC인테리어를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정 회장은 동생 회사 한 켠에서 더부살이하는 초보 사업가였다. 작은 회사였지만 정 회장의 아내와 자녀들은 부모를 열심히 도왔다. 

정 회장의 아내는 가구의 마감재로 쓰이는 천과 가죽제품을 재단하고 봉합하느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재봉틀과 씨름했다. 

그녀의 무릎에는 현재 영광의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재봉틀을 밟느라 무릎을 혹사해 인공관절을 넣은 것이다.

장남 대니얼 정, 차남 론 정, 막내 사무엘 정, 그리고 쌍둥이 자매 등 오남매는 한결같이 성실하고 듬직하게 일했다.

그야말로 혼연일체의 한 가족이었다.

론 정 사장은 "당시 우리집은 부모만 일하고 자식은 공부만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어요. 일단 이국땅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 형제들은 언제나 일해야했죠"라고 회상했다.

 

뜨거운 가족애와 '팔반가'식 효도가 성공으로 화답

고객들은 ABC퍼니처의 성공에 대해 '부모가 씨를 뿌렸다면 자식들이 그 씨를 잘 틔우고 육성한 결실'이라고 평가한다.

아울러 동포사회 관계자는 "ABC퍼니처 창업주 정 회장과 론 정, 현 사장은 단순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태도만 가진 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고, 어떤 고난과 시련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뜨거운 가족애와 효도로 중무장했던 게 성공의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론 정 사장은 부지런한 기업인이자 효자로 동포사회에 유명하다. 그는 매주 토요일 아버지를 찾아 아침식사를 늘 함께 한다.

론 정 사장은 "명심보감에 보면 '팔반가(八反歌)'라는 표현이 있는데, 효도에 대한 여덟개의 역설적인 일을 소재로 한 노래입니다.

첫째, 자신의 자녀가 욕을 하는 것은 참아도 부모가 화내면 참지 않고 반발하는 일입니다.

둘째, 자신의 자식이 천 마디 말을 쏟아내도 모두 받아주면서 부모가 두 번 말하면 잔소리 그만하라고 화내는 일입니다.

셋째, 자신의 자식이 눈 똥과 오줌은 기쁘게 치우면서도 늙은 부모가 침이라도 뱉으면 더럽다고 찡그리는 일입니다.

넷째, 시장에서 사온 떡을 갖고 배부른 자신의 자식에게는 자꾸 먹이면서도 배고픈 부모는 쳐다보지 않는 일입니다.

다섯째, 자신의 자식을 위한 영양제는 넘치도록 사들여도 부모를 위한 약 한 개 사는 것도 아깝게 여기는 일입니다.

여섯째, 부자여도 부모공양은 무일푼 처럼 소홀하고, 가난해도 자신의 자식을 위한 소비는 갑부 처럼 하는 일입니다.

일곱째, 부모는 두 분이나 형제들은 서로 안모시겠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자신의 자식은 열이라도 남에게 주지 않는 일입니다.

여덟째, 부모의 열 가지 사랑과 은혜 중 한 가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자식이 준 한 가지 효도는 늘 자랑하고 다니는 일입니다.

저는 '팔반가(八反歌)'를 늘 생각하며 일하고, 부모님을 공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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