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노후생활] 무소유, 더딘 봄을 재촉하다
(뉴스코리아=서울) 신종국 전문위원 = 두차례 북극한파가 닥친 후, 눈까지 내려 3월임에도 기후는 봄을 좀처럼 허용치 않을 심사다. 꽃샘추위 기세에 눌린 경칩은 어색하고, 우리의 봄은 낯설다. 나태주 시인 ‘오는 봄’에서 ” 나쁜 소식은 벼락치듯 오고 좋은 소식은 될수록 더디게 굼뜨게 온다. 몸부림치듯 몸부림치듯 해마다 오는 봄이 그러하다“ 라는 시구절에 끄덕이면서도 올해는 유독 굼뜨다는 하소연이 짙다.
더딘 봄을 재촉하는 볕이 좋은 날 탄천에 나가보니, 징검다리에 맺힌 고드름의 기세도 예전만 못하다. 멀리 눈에 들어오는 숲의 채색은 분명 어제와 오늘이 다른데 우리사회,인간의 봄이 아직 인 것은 누구 탓일까. 봄볕을 밀어내는 겨울의 훼방이 밉다. 이미 내린 눈을 녹여 버들강아지를 흠뻑 적시는 노력이 대견함에도, 손길을 뻗어 토닥여도 늦겨울의 고집이 세다.
이럴때면 여지없이 더딘 이유를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기댄다. 난초를 가꾸며 얻은 집착을 깨고, 소유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항시 나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른 봄이면 베란다 한 켠에 움튼 군자란의 잎은 동백처럼 항시 청정했기에 빨리 보고픈 마음처럼, 일상에서 조급한 마음 때문에 적잖이 욕심이 쌓이게 될 때면 “무소유”를 펼치게 된다. 인간은 무엇인가 갖는다는 것과 버린다는 삶 속에서 빈번하게 충돌하는 서운함, 허전함, 홀가분함 등 뒤엉킨 감정들을 혼자 다스릴 수 없는 존재인 탓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봄은 이미 와 있는데 치열한 소유욕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질병, 보다 많은 자기 몫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줄곧 이어 오고 있어서다. 그 소유욕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만류에도 불구하고 멈출 기미가 전혀없다.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는 우리의 욕심은 차디찬 아스팔트로 스스로를 내몰고, 거친 아우성을 봄기운이라 착각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어둡고 긴 터널 속에 갇힌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나름의 처절한 몸짓은 미래를 위한 용기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이러한 우리사회의 처지는 오로지 소유에 기초한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원인이다. ”소유욕은 이해와 정비례한다“ 라고 일갈하는 법정 스님은 현 시대적 상황을 이미 예견하셨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의 관계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걱정을 오래전에 글과 정신으로 남겼다. 그러나 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욕심은 오히려 도를 넘었다. 우리가 “봄이 더디게 온다”라는 정신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으로 심화된 이유도 공익과 사익, 개인과 집단, 보수와 진보 수도권과 지방, 이해관계의 부정한 욕심 크기에 근간한다. 공평무사를 유린한 나쁜 욕심을 지칭한다. 욕심의 목적이 불손하고 불의하기 때문이다.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에서 페터 반 게스텔(네덜란드 작가)은 전쟁과 상실을 경험한 세 아이의 길었던 겨울이야기에서 전쟁의 무서움 보다 봄이 찾아와 마음 속 상실의 얼음이 녹아내리길 원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 대립과 갈등의 얼음 덩어리도 이와 같은 바램을 부정하지 못한다.
때로는 우리가 공유하는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도 공염불이다. 공감만 넘치고 실천은 부족한 까닭이다. 불공정하게 가지려는 자들로 인해 멈춘 우리사회를 가동하기 위해 현명한 우리라도 한번쯤 되새겨 볼 말이다. 리더는 들녘에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풀잎같은 민심이라고 하찮게 여겨서는 안된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이고 실상은 말 뿐이고 진실은 누가 뭐래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 무소유는 꿈일까. 법정 스님은 가능하다고 우리를 인도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그 동안 기록된 소유사에 담긴 역사적 보편성과 시간의 파괴성에 의해 인간은 반드시 한 번은 빈손으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의 ”해마다 오는 봄이 그러하다. 내게 오는 네가 그렇다“ 는 시구절 처럼 계절은 거짓이 없는데 인간의 마음은 해마다 오염이 심하다. 분명 욕심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랬듯이 더디게 오더라도 봄은 왔다. 우리 사회에 무소유 정신이 아직 남아있는 까닭이다.
신종국 전문위원은 충북 제천 태생으로 충주고, ROTC장교,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금융경제를 전공했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연수했다. KB국민은행에서 행원으로 시작해 지점장, 본부 부장, 지역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특히 부장 재임시 은퇴노후 전담부서인 골든라이프 부서를 지휘하며, 2016년 은퇴 전략 포럼에서 ‘금융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주제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현재 분당에서 은퇴 설계 연구소를 운영하며, 금융 전문가, 은퇴 전략가로 강연과 솔루션 제공을 통하여 수 많은 액티브 시니어들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 전화 : 070-8080-3791 ▷ 이메일 : newsjebo@newskorea.ne.kr
▷ 페이스북 : '뉴스코리아' 검색, 그룹,페이지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뉴스코리아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