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리핀 계파 정치의 막장 드라마로 연출된 마니 파퀴아오 PDP-LABAN 당대표 해임
고질적인 필리핀 정당 정치의 병폐와 한계 그리고 당권과 계파 싸움. 마니 파퀴아오는 두테르테의 잘못 된 선택. PDP-LABAN 허수아비 당 대표에서 진짜 당 대표가 되기 위해! 하지만 그는 무모하였다. 순응? 새로운 길? 포기? 무모한 그의 선택은?
(마닐라=뉴스코리아) 이학철 특파원 = 2016년 PDP-LABAN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필두로 대선에서 승리하고 소규모 정당에 불과 하던 PDP-LABAN은 2년 후 2018년 전당대회에서 300,000명의 권리 당원이 새로 가입 되었고 2019년 중간 선거를 통해 상원에 5명의 상원의원, 하원에는 역대 최대인 82명을 당선시키면서 상원 21.2%, 하원 31.2%를 장악하였고 여기에 연립 여당계를 합치면 상/하원 거의 전체를 차지한 명실상부 필리핀 정치계의 큰 정당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였던 PDP-LABAN 당원들 중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이 형성이 되고 당내 기득권층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의 결과물은 결국 당 내 계파 정치만 활성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필리핀 정당들의 회람을 열람해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권과는 다른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정당에는 일단 전당 대회를 통해 선출 된 당 대표, 국회 원내 소속 의원들이 뽑는 원내대표, 당 대표가 지명하는 사무총장등 그 지위와 계통에 물론 계파라는 것이 존재 할 수 있지만 표면상으로는 당의 법전이라 일컬어지는 당헌, 당규에 따라 각 지위에 맞는 사람들이 선출 된다.
하지만 필리핀은 당대표 위에 의장이 있다. 의장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계 원로로서 당을 최초로 만들었거나 그 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또는 현재 필리핀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부통령, 상원의원 의장, 하원의원 의장, 상원의원, 하원의원 등, 현재 소속 정당에서 최고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장이 되고 그 밑에 당대표가 존재한다. 물론 당헌에 따른 임기도 있지만 연임, 중임이 흔하기 때문에 별로 큰 의미는 없다.
하여, 필리핀의 정당에서 당대표 보다는 당의장의 입김이 훨씬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과 비교해 보았을 때 큰 차이점 중에 하나이며, 당헌 당규에 따라 정치적 이념과 사상으로 뭉쳐서 당을 창당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이익 대변 또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 또는 가지고 있는 사람들 밑에 모이는 것이 필리핀 정치인의 모습이기에 매번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당이 바뀌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며 당사자 또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도덕적 수치심을 느끼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여당인 PDP-LABAN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을 피해 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모습의 정당이다.
최초 2016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후보자와의 불화로 인하여 당시 PDP-LABAN의 의장이었던 제조마르 비나이가 당시 당을 떠나면서 했던 “파벌주의, 분파주의, 당내 기득권들의 맹목적인 방해”등의 발언들은 지금의 PDP-LABAN의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예견 된 수순이었음을 암시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후 당시 PDP-LABAN의 의장은 이번에 부당표직에서 해임 된 피멘텔 3세가 승계하게 되었고 2016년 대선 승리 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의장직을, 피멘텔3세가 당대표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PDP-LABAN은 2016년 대선에서 승리와 더불어 2019년 중간 상/하원 선거를 대비하여 소위연합 여당 플랜을 가동하여 여러 정당들을 흡수 또는 연합하면서 명실상부 필리핀 정치계의 큰 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전형적인 Crab Mind 때문인지 아니면 “필리핀인 두 명을 화합 시키는 것 보다 하늘과 땅이 맞닿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말처럼 이미 시작 된 당내 권력 암투는 급기야 2018년 7월 27일 PDP-LABAN 마카티 시의회 의장인 윌리 딸락과 같은 당 국가협의회 의장인 로겔리오 가르시아가 이끄는 지지파 300여명을 필두로 제11차 PDP-LABAN 전당대회를 열어 회의에 참석도 하지 않았던 당의장인 피멘텔 3세와 하원의장 판타랄레온 알바레즈를 부정선거와 기타 필리핀 공화국 법률을 위반한 범법행위를 적시하고 이들의 해임 안을 상정, 가결시키고 가르시아는 자기 스스로 피멘텔의 당대표직을 승계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로켈리오 가르시아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동기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거대 여당에 이런 분파주의자들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쇼는 당시 PDP-LABAN의 의사 결정과 정책을 담아 내는 일련의 과정들, 그리고 정당 시스템이 없는 당임을 스스로 차저하는 꼴이 되고 말았으며 이때 PDP-LABAN은 피멘텔 VS 가르시아 구도가 만들어 졌으며 당시 당대표였던 피멘텔은 당규에 따라 당시 사건의 주동자들을 문책하였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이 사건의 여파는 3개월 후 또 다른 코미디를 연출하는데, 두테르테 대선 기간 중 선거 운동을 열렬히 했던 필리핀 가수, 우리에게는 ‘아낙’ 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프레디 아귈라가 2019년 중간선거에 PDP-LABAN으로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하고 정당으로부터 지명 확인서 Certificate of Nomination and Acceptance(CONA)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PDP-LABAN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 CONA를 발급한 명의가 바로 위에서 언급 된 윌리 딸락, 자칭 PDP-LABAN 사무총장이라 주장하는 이의 서명이었기 때문이고 이에 피멘텔 당대표는 이를 수습하기에 동분서주 하였고 결국 그는 윌리 딸락과 로겔리오 가르시오를 PDP-LABAN안에 있는 분파주의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기 시작한다.
피멘텔과 가르시아 단순하게 당권을 두고 싸우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이런 내막을 이해하려면 PDP-LABAN의 창당 역사 속까지 들여다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PDP-LABAN은 PDP 당과 LABAN 당이 합쳐진 연합 정당이다.
PDP는 아퀴리노 피멘텔 3세의 아버지 아퀴리노 피멘텔 Jr가 1982년에 창당하였고 LABAN은 최근 사망한 니노이 아퀴노 전 대통령의 아버지 베니그노 아퀴노 Jr가 1978년 창당한 당으로 베니그노 아퀴노 Jr가 암살 된 뒤 1986년 임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합병되어 PDP-LABAN이 창당 되면서, 당시 베니그노 아퀴노의 미망인 코라손 아키노를 대선 후보로 앞세워 포스트 마르코스 시대를 열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이때부터 시작 되었다.
두개의 정당이 연합하여 창당한 당으로서 막상 코라손 아퀴노가 대통령이 되면서 당내 권력 암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다바오 시장은 다바오 안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었으나 전국정당 안에서의 입지는 보잘 것 없이 초라 했었으나 이를 지원하면서 대선에 승리할 수 있게 크게 조력해 준 사람이 피멘텔 이었고 지금 이 둘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여 PDP-LABAN 안에는 피멘텔을 위시한 적통파와 가르시아를 필두로 한 분파주의자로 나눠져서 당내 권력 투쟁이 심화되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은 필리핀 정계에서도 가히 좋은 모습은 아니었기에 필리핀 선거관리 위원회(COMELEC)가 나서서 이 둘 세력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자 개입하기 시작하였으며 2018년 11월 28일 필리핀 선거관리 위원회는 피멘텔이 가지는 당 대표자로서의 권한이 정당하다고 손을 들어주었고 다음해 2019년 6월 18일에 필리핀 대법원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윌리 딸락과 가르시아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당대표 해임안”건을 기각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해가 바뀌어 2020년 12월2일 피멘텔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여러 사람들에게 N차 감염을 시킨 것이 알려지면서 필리핀 국민들에게 공분을 사기 시작하자 당대표직을 내려 놓고 스스로 당부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당대표 자리에 마니 파퀴아오가 앉게 된다.
이때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PDP-LABAN의 계파 싸움이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유는 신임 당대표 파퀴아오는 두테르테의 적극 지지자이며 ‘마약과의 전쟁’, ‘사형제도 부활’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공약 중 민감한 것들에 대해서 자신의 지지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꿋꿋하게 두테르테의 지지자로 남아 있던 파퀴아오 상원의원이 PDP-LABAN의 신임 당대표가 되었으므로 당시의 당은 실제로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장악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마니 파퀴아오 당대표의 돌변? Why?
이 후 2021년 초부터 PDP-LABAN 안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거론되고 또한 차기 대선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부통령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돌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2021년 3월 초 PDP-LABAN내 두테르테 지지파에 의해 차기 대선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나와야 한다는 결의안이 발표 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그 전까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차기 대통령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받던 파퀴아오는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임시 당대표 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권력을 확실하게 다지기 위한 초석인지 아니면 자신의 신념인지 알 길은 없으나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강경 발언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특히 그의 발언에는 여전히 당내 남아 있는 윌리 딸락과 가르시아를 대상으로 한 당내 분파주의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이었기에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딸락과 가르시아는 두테르테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이 말은 즉, 파퀴아오가 두테르테를 향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당행위를 하지 말라!’라고 말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후 파퀴아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남중국해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외교 공부를 더 하고 와라”라는 말로 무시 당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랭해지기 시작하였다.
이 후 현 정권의 에너지 장관인 알폰소 쿠시가 당내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하자 팬더믹 상황에서 정부 관료가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힘을 모아도 모자라는데 쿠시는 정치를 하려 든다며 당내 당원들에게 직접 쿠시와의 접촉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 서한을 보내기도 한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기 대권에서 자신의 인지도와 지명도를 올리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발언 수위가 높지 않았던 것에 비해 두테르테의 비난 수위는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았다.
그러다가 지난 5월 30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PDP-LABAN 의장의 권한으로 당의 부의장이며 에너지 장관인 알폰소 쿠시에게 당내 회의를 주재하도록 지시한다는 내용을 대통령 대변인 해리 로케를 통해 밝힌다.
이는 당의장이 당대표에게 직접 나서서 면박을 주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 것이며 이때 두테르테는 파퀴아오를 동지에서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듯하다.
파퀴아오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5월 31일 세부에서 열린 PDP-LABAN 전국회의에서 차기 대선에 부통령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 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지만 파퀴아오는 결의안 승인을 거부한다.
또한 파퀴아오는 같은 정당의 후보들을 지지 하지 않고 다바오 지역 정당인 HNP의 사라 두테르테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부의장 알폰소 쿠시, 사무총장 멜빈 마티백, 당협위원장 아스트라 나이크를 제명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에 서명을 한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결국 쿠시가 PDP-LABAN의 신임 당 대표가 되면서 전면 무효화 된다.
알폰소 쿠시의 친위 쿠데타 성공
그의 말대로 다리를 태우고 있는 파퀴아오를 몰아 냈다. 하지만 파퀴아오가 태우고 있다는 다리는 어떤 다리일까?
이 후 6월 말부터 현재까지 파퀴아오는 두테르테 현 정부의 부정부패에 관한 관련 서류 및 증거들을 거론하면서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7월 4일까지 DOH와 SAP 기금관련 부정부패 의혹을 터트리고 현재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이다.
이 때까지는 피멘텔이 부대표로서 당대표를 대신하여 당을 수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소위 정치 천재라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동안 가만히 움츠리며 관망하던 당내 사건들에 대해서 발언하기 시작하면서 쿠시를 직접 만나 차기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하는 것에 대한 당원들의 결의안을 전달 받고 적절한 방법과 정당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 결의안이 처리 되어야 한다는 약간은 다소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취하더니 급기야 지난 7월 9일 PDP-LABAN에서 마니 파퀴아오의 임시당대표 해임안과, 피멘텔은 부당대표직 해임안을 상정하고 이를 지난 7월 17일 가결 시키고 신임 당대표에는 파퀴아오 축출 1등 공신 알폰소 쿠시가 선출 되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PDP-LABAN 회의에 참석하여 연설을 하게 되는데 주요 맥락은 두 가지로 요약 된다.
하나는 피멘텔 때문에 당이 분열 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피멘텔 때문에 내가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었다.
즉, 피멘텔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에게 경고를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공로 또한 잊지 않았음을 암시 하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
파퀴아오 상원의원이 현 정부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피멘텔의 조력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문건과 정보들을 파퀴아오 혼자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들이 아니기에 분명 파퀴아오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고 그 인물이 바로 피멘텔이라 판단하고 동시에 이 둘을 당의 주요 요직에서 끌어 내림으로서 현재로서 PDP-LABAN은 두테르테가 완전 장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