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일본의 커피 문화

서양 못지않게 역사가 깊은 일본은 아직도 커피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찾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있다.

2024-05-28     김양현 특파원

(뉴스코리아=도쿄) 김양현 특파원 = 흔히 하는 인사말로 ‘언제 커피 한잔 하시죠!’라는 말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두커피의 보급과 커피 체인점들의 성공으로 어느새 우리는 찻집이 아닌, 들고 다니는 커피문화에도 익숙해져 간다.

일본의 커피 문화도 서양 못지않게 역사가 깊다. 가정에서 다양하게 즐기는 커피문화도 흥미롭지만, 아직도 커피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찾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있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취향에 맞게 즐기며 새로운 방법을 탐닉하는 즐거움을 브랜딩 하는 일본의 커피 문화를 소개한다.

 

1948년 개업하여 지금도 뒷골목에서 오로지 커피만을 위한 가게를 운영하는 CAFE DE L'AMBRE의 関口(세키구치)씨는 숙성 커피와 핸드 드립의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지 70년이 훌쩍 넘었다.

 

도쿄 긴자의 뒷골목에서 커피만을 위해 영업하는 CAFE DE L'AMBRE@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1945년 전쟁이 끝나고 영화관에 기자제를 납품하는 일로 성공적인 사업을 하던 세키구치씨는 고객과 상담을 할 때 내어주는 커피가 거래처에 소문이 나면서 사무실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거래가 끝나 더 이상 상담이 없는데도 커피 맛 때문에 자주 찾아오는 것이 좋았던 커피 매니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회사가 도산 위기에 몰리자 세키구치씨의 커피 팬들은 ‘긴자에서 맛있는 커피를 내 주는 가게가 거의 없으니 자네가 다년간 연구하던 커피로 가게를 차리면 어떨까? 손님은 우리가 데려오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긴자의 한 뒷골목에 작은 카페를 내고 지금까지 그 맛을 유지하고 있다. 세키구치씨는 ‘맛있는 것이라면 어느 뒷골목이라도 찾아와 주는 이 긴자의 특성이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비법이 아닐까’ 라고 말한다. 

 

삿포로 宮田屋珈琲(미야타야 커피)東苗穂店(히가시나에보)지점@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1989년, 宮田(미야타)씨는 샐러리맨에서 벗어나기 위해 宮田屋珈琲(미야타야 커피)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무실에 제공하는 커피로 시작했던 것이 본점을 낸 이후 커피를 보관하기위해 東苗穂 (히가시나에보)에 돌로 된 옛 창고를 고쳐 커피 콩 보관에 최적의 건물로 만들었다. 이곳에 시음 카운터를 만들면서 카페로 발전하게 되면서 東苗穂店(히가시나에보)지점을 포함  삿포로 시내에 총9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원두커피의 대가가 되었다.

일본 전통방식의 창고 蔵(쿠라)는 높은 천정이 특징이고, 겨울이 긴 북해도의 기후에 맞게 테이블당 하나씩 화로가 있다. 2층에서 내려다본 카페의 내부는 오랜 시간동안 모아 전시된 커피 도구들도 볼만하다.

 

삿포로 宮田屋珈琲(미야타야 커피)東苗穂店(히가시나에보)지점@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일본의 유명 별장지 카루이자와에서 1991년 시작된 丸山珈琲(마루야마 커피)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커피콩을 수입해 독자적인 방법으로 로스팅하여 세계의 커피를 30년간 소개하고 있다.

 

너거노현 카루이자와 丸山珈琲(마루야마 커피) 본점@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대표 마루야마씨는 1년의 반수는 커피의 원산지에서 생산자와 시간을 보내는데 이는 원 생산자와의 소통이 가장 좋은 원두를 구입하기위한 신뢰를 쌓는 일 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지에서 직접 사들인 원두. 그 소재 본연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 커피 로스팅의 기본이다. 생두를 약 200도에서 가열하면 표면은 타고 내부 성분은 변화되는데 이 열에 의해 생두의 맛과 향기가 좌우된다. 또한, 그 생두가 가진 어떤 특징을 끌어내느냐는 로스팅을 하는 사람과 머신에서도 차이가 난다.

마루야마씨는 생산자와의 소통, 독자적인 로스팅, 마지막으로 커피를 추출하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메신저인 바리스타의 3박자를 맞춰 가기 위해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양성에도 꾸준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2009년 이후 5년 연속 일본 챔피언을 배출한 바 있다.

나가노현 카루이자와 본점을 시작으로 현 내에 지점을 늘리고 도쿄 각 지역과 야마나시현으로 꾸준히 점포를 늘려가는 커피 전문회사다.

 

세계에서 명품 거리로 손에 꼽히는 도쿄 긴자에 2017년 긴자식스가 오픈 하면서 13층에 숙성커피를 선보이는 GRAND CRU CAFÉ GINZA가 입점 했다.

 

도쿄 긴자식스 13층 GRAND CRU CAFÉ GINZA@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대표 川島(카와시마)씨는 원두커피를 배전하여 납품하는 집에서 태어나 유학을 거쳐 일본의 유명 커피 브랜드 UCC에 입사, 세계 각지의 커피농원 개발과 각 현지법인의 사장을 역임하고 50대에 창업했다.

 커피는 오랜 시간동안 와인과 같은 기준이 없었다. 진정한 커피를 완성하기까지는 와인과 같이 토양의 질과 수확의 최적기, 그리고 생두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카와시마씨는 말한다.

 

샴페인병에 보관된 숙성 커피@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GRAND CRU CAFÉ는 생두의 단계에서 셀러에 보관하며 숙성된 커피를 로스팅하여 그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샴페인 병에 보관한다. 커피의 판매는 숙성된 년도에 따라 선택하여 한 병씩 구매하며 카페에서 보관하고 고객은 재 방문 시 보관해 둔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다. 샴페인병에 담긴 숙성 커피를 개봉하는 순간의 향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각별한 향이다.

  또한 커피 셀러 오너를 연간 계약으로 모집하고, 총 6개국의 9개 농원에서 수입된 생두의 연도와 브랜드를 선택, 생두인 채로 철저한 온도 관리가 되는 커피 셀러 내 고객의 이름을 기재한 전용 박스에 소중하게 보관한다. 고객의 의뢰가 있을 때500g 단위로 로스팅하여 그 향기를 잃지 않도록 샴페인 병에 밀봉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도쿄 긴자에는 스텐딩 테이블만 존재하는 TORIBA COFFEE가 2014년에 오픈 했다.

 

긴자 TORIBA COFFEE@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큰 도로에서 한 골목 뒤에 ‘커피를 즐기는 생활’을 컨셉으로 커피 도구와 원두를 구매하며 미리 테스팅을 할 수 있는 입석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2층은 로스팅 기계, 3층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고 고객에게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며,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커피 연구회 등이 열리기도 한다. 하에는 생두를 보관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창고가 있다.

 

TORIBA COFFEE의 브랜딩 커피@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커피숍을 경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鳥羽(토리바)씨는 원산지나 숙성도 중요하지만 브랜딩에 컨셉을 맞춰 커피 자체가 가진 맛을 섞어 토리바 만의 색을 표현하고 있다.

원두를 구매하려고 메뉴를 보면 '입에 닿는 느낌이 가볍지만 진한 브랜드' 라고 적혀 있다. 진한 커피를 마시고 나면 입 안에 남는 무엇이 있지만 그것이 없는 진한 브랜드라는 이름에 커피 콩을 구매하기 전에 100엔짜리 테스팅을 해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굉장히 진해서 놀라고, 마지막은 마치 진한 커피를 마셨는지 잠시 잊게 하는 끝 맛을 가지고 있다.

 토리바씨는 새로운 브랜딩을 통해 100년을 이어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도쿄에서 커피 꽃 향을 느낄 수 있는 커피 로드 숍, glitch 커피&로스팅이 2015년에 오픈 했다. 오래된 서점과 대학이 있는 神保町(진보쵸)에 작은 건물1층에 위치한 글리치 커피는 규모가 작지만 로스팅 기계를 둘러싸고 고객들이 모여 앉아 커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쿄 진보쵸 glitch 커피&로스팅@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글리치는 바리스타 세계챔피언으로 저명한 Paul Bassett 씨 밑에서 수행한 鈴木清和(스즈키 기요카즈) 씨가 독립해 동료들과 세운 곳이다.

점 내에서 직접 로스팅이 가능한 로드숍이라 커피 매니아들이 많이 오는 만큼 다양한 커피를 만날 수 있다. 그 중에 열매가 생기기 전의 커피 꽃 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glitch 커피&로스팅의 커피꽃 향기를 표현한 커피@뉴스코리아 김양현 특파원

글리치 커피에서 아주 살짝 로스팅 한 커피콩을 드립 직전에 분쇄해서 내려주는데, 플레쉬한 꽃 향기를 가진 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한 모금 마셔보니 적당한 로스팅으로 구수하고 진한 커피가 아닌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어요. 정말 커피 꽃을 그대로 우려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새콤한 티 느낌의 커피를 만나게 되네요.’라는 말이 손님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 커피가 흔해진 지금, 아직도 우리는 커피 콩 하나로도 다양한 커피의 세계를 음용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후기가 많은 글리치 커피는 어느새 도쿄 아카사카와 나고야에 지점이 생겨났다.

​커피 매니아들에게 숙성 커피부터 새로운 방식의 브랜드나 추출을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일본의 섬세함을 반영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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