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소녀 경찰서에서 납치범에게 잔인하게 살해

키르기스스탄의 악습 중 하나인 납치혼 "알라 카추(Ала качуу)"가 불러온 비극

2021-08-08     MAMRALIEVA AIDA 통신원

(비슈케크=뉴스코리아) MAMRALIEVA AIDA 통신원 =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유목국가 중 하나이다. 이곳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과 관습이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가 행해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의 "보쌈제도"와 비슷한 납치혼 "알라 카추(Ала качуу)"다.

이 제도는 집안이 가난한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청년이 많은 비용이 드는 정상적인 결혼을 할 수 없을 때 양가의 묵인 하에 행해지는 키르기스스탄의 오래된 관습이다.

 

처녀가 납치된 상황 (영화의 한 장면)

알라 카추는 대개 젊은 여성이나 소녀를 납치하는 것을 뜻하는데, 납치한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청년은 결혼을 강요하며 '결혼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한다.

어린 여성을 납치한 청년 집안에서는 결혼에 동의할 때까지 해당 여성을 집안에 가두어 둔다. 이 시기에 납치된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혼한 여자라는 표식의 머리수건을 강제로 씌움 당하고 우는 납치 당한 처녀 (영화의 한 장면)

아직도 도시에선 결혼의 약10% 정도가 여성 납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시골에서는 그 수치가 무려 40%로 도시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이룬다.

매년 키르기스에서 이뤄지는 결혼의 4분의 1 가량이 강제납치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더군다나 주로 18세 이하의 미성년 여성들이 납치 대상이 된다.

2013년에 이르러신부 강제납치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보니, 올해 들어 처벌 수위를 다시 높이게 된다.

이전의 처벌 형량은 최소 3년, 최대 5년이었는데, 지금은 최소 5년, 최고 10년으로 그 형량이 다소나마 높아졌다.

그럼에도 키르기스스탄에서 다시 최근에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백주대낮에 일어난 이 사건은 CCTV 카메라에도 고스란히 녹화되었고 길가던 행인들 또한 눈앞에서 그 사건을 목도해야만 했다.

경찰들은 신고를 접수하고 사건경위를 조사하던 중, 청년에게서 결혼을 목적으로 한 납치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의례히 행해지는 풍습으로만 이해했다. 경찰들은 또한 사건화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납치를 당한 여성이 결혼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살해를 당하게 되면서, 새롭게 형사 사건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지난 2016년에도 동일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이에 분노한 젊은 화가들은 납치를 당한 후 죽음에 이른 처녀들을 기억하라고 도심의 건물 외벽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었다.

납치된 소녀는 당시 19세였고, 친척들의 신고로 납치범인 청년과 함께 경찰서로 잡혀와 조사를 받았다.

정확하게는 조사를 하던 경찰이 납치범과 소녀를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자 그 틈을 타 납치범 청년은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소녀의 몸에 "이 여자는 내것이다"라는 글귀를 칼로 새겨 사체를 훼손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었다.

"신부납치-알라 카추"는 키르기즈의 가난한 청년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결혼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여성 본인이나 양가 부모들의 허락없이 행해지는 납치가 될 때에는 큰 사회악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키르기즈 민족의 악습이기도 하다.

 

납치 후 살해 당한 소녀를 그린 벽화 (이 소녀를 기억하라)

사람을 납치하는 것에 있어 좋은 목적이라는 것은 없다. 어떤 경우든지 사람을 납치한 경우에는 법이 정한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납치 범죄의 형량을 다소나마 높이는데 반영되었고 이는 사회적 공론을 거쳐 2021년 들어서야 개정된 늦은 결과이다.

신부를 납치하는것은 범죄라는 인식을 키르기즈 사회에 알리는 시작이 되어주길 기대 해본다.

[※ 편집자 주 = MAMRALIEVA AIDA 통신원은 키르기스스탄 국민으로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통역을 하며 양국민의 우호와 문화 전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