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7천개가 넘는 섬나라 필리핀, 자동차로 전국 일주에 도전하다. - Ⅰ

필리핀 네그로스섬, '오지 마을을 가다'

2021-04-14     최신 특파원

(뉴스코리아=마닐라) 최신 특파원 = 필리핀은 일본, 중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우방국가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도 필리핀은 UN을 통해 파병군을 지원했으며, 역사적으로 스페인, 미국, 일본의 식민치하를 경험한 필리핀 국민들의 국민성은 일본 군국주의를 경험한 한국인들의 국민성과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친근한 한국의 이웃 나라이기도 하다.

 

사진 = AH26번 도로로 연결된 마닐라에서 보홀까지 경로 (사진출처 구글 지도)

 

마르크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독재정권과 부패 권력의 장기집권으로 한때 우리나라보다 강대국이었던 필리핀이 한국의 1970년대에 멈춰버린것은 오늘날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매년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7천여개가 넘는 섬나라 필리핀의 숨은 매력을 제대로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진 =  네그로스섬의 바콜로도에서 두마게티를 가던중 현지인들에게 길을 묻고 있는 기자 @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필리핀 여행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이 인터넷 검색등으로 여행지를 결정하기 위해 찾는 관광지는 고작 마닐라 세부, 보라카이, 클락, 보홀, 팔라완 정도인 것만 봐도 잠재된 숨은 명소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할수 있다.

기자는 필리핀에서 취재를 위해 그동안 수차례 필리핀 전국을 방문 했던 경험을 토대로 필리핀을 소개해 보려한다.

 

사진 = 기자가 살고 있는 루손섬 카비테주에 위치한 빌리지 전경 @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기자는 2011년부터 세부를 시작으로 마닐라, 카비테 바콜, 몰리노, 다스마리냐스, 딸락 카파스 등지에서 거주했다. 주로 한국인이 살지 않는, 현지인들만 살고 있는 시내 외곽 지역의 빌리지에서 거주 했는데, 필리핀 내에서 발생하는 한인관련 사건, 사고의 취재를 위해 가급적 한인들과 접촉을 자제하면서 살아야 해서 외곽지역의 빌리지를 선호 하는 편이다.

필리핀은 마닐라와 클락이 속한 주도인 루손섬을 시작으로 민도로, 파나이(보라카이), 네그로스(바콜로드), 레이테(타클로반), 세부, 보홀, 팔라완, 민다나오등이 육로와 해로를 통해 AH26 (ASIAN HIGHWAY)번이라는 도로로 모두 연결된다. 

그러나 항공편이 아닌 자동차와 선박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여행할수 있는 AH26번 도로는 초행길인 경우 상당히 위험한 도로인데, 지도상에는 존재하는 길이 실제로는 폐쇄되었거나 존재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경험많은 사람과 동행하지 않으면 길을 잃고 산속을 방황할수 있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 길을 외워서 가는것이 가장 안전한 여행 방법이고, 낮에만 운전을 하고 해가지면 무조건 숙소를 찾아서 휴식을 취하는것이 안전한 여행 방법이다. 자칫 밤에 길을 잃게 되면 전화도 연결이 안되고 인터넷도 불가능한곳이 많아, 오도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할수 있다.

 

사진 = 네그로스섬의 바콜로드에서 세부섬으로 가기 위해 두마게티의 이름모를 산을 넘다가 만난 험난한 도로 @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그래도 기자는 한국에서 자동차, 자전거, 모터바이크등을 이용해서 전국일주를 수차례 경험해서 어지간한 험로 운전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초행길임에도 밤이고 낮이고 쉬지 않고 운전을 해가며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수 있었지만, 운전이 서툰 여행자라면 절대 운전해서는 안되는 길이 바로 이 AH26번 도로다.  만약 운이 나쁜 경우 산속에서 총기로 중무장한 공산반군(NPA)과도 마주칠수도 있다. (기자가 바로 그 운 나쁜 경우를 경험 했었다.) 

 

사진 = 말을 타고 데이트 중인 네그로스섬 깊은 오지의 산속에서 만난 필리핀의 연인들 @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가, 네그로스섬 두마게티의 이름모를 오지마을 산 정상에서 우연히 만났던, 말을 타고 데이트 나왔다는 필리핀 연인들에게 기자는 길을 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인을 만났다고 하는 이 연인들은 영어를 제대로 사용할수 없어 이 지역 토속언어인 일롱거와 세부야노를 섞어놓은 따갈로그어를 어느정도는 알아듣는 기자도 전혀 알아 들을수 없는 국적불명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만국공통어인  손짓 발짓 언어(일명 보디랭귀지)로 그럭저럭 의사 소통은 가능했던 웃지 못할 추억들도 이 산속에 깊숙히 묻어 두고 다시 길을 떠나야 했는데, 놀랍게도 필리핀 남성의 티셔츠 뒤에는 대우건설이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세계 경영을 외치던 당시 대우건설의 흔적을, 필리핀 산속 오지마을에서 기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수 있었던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 = 물구덩이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트렁크 와이어의 파손으로 닫히지 않는 취재차량의 트렁크 @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그렇게 두어시간을 비포장 산길을 더 달려서 만난 반가운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다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을 만난다.

지도에서 표시 되지 않았던 오지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친절했고, 다정 다감했다. 

누가 필리핀이 위험하다고 했던가? 아마도 그것은 순수 여행 목적이 아닌 유흥가를 맴돌고,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부(?)의 편협된 주장이 아닐까 기자는 생각 해 본다. 

기자가 살아보고 다녀보고 만나본 필리핀은 평범한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에게 이곳은 결코 위험한 나라가 아니었다. 경험 해 보지도 않고 필리핀이라는 엄청난 섬나라를 성급하게 단정 지었던 어리석음에 대해 기자는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산 너머 마을에서 만난 시골 아이들에게 마침 한국에서 가져온 학용품들이 있어 나눠 준후에야 비로소 편안한 길을 떠날수 있었다.

산골 아이들의 순수하고 예쁜 웃음과 낮선 이방인에 대한 친절함을 기자는 평생 잊을수 없다. 지금도 그 아이들의 미소가 떠오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스며 나오는것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그 마을이 어떻게 변했는지 꼭 한번 다시 방문해 보고 싶은 소중한 추억의 한페이지다.

 

사진 = 네그로스섬의  이름모를 산속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연필과 색연필등을 나눠주었다. 훗날 한국의 기자 아저씨를 이 아이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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