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콕 카오산로드의 처참한 모습, 배낭여행의 성지 이대로 무너지나?
배낭여행의 성지 방콕 카오산 로드를 회상하다. 카오산로드, 람부뜨리로드 대부분 점포 폐업 또는 휴업중
(뉴스코리아=방콕) 김대민 특파원 = 태국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한번은 찾는다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 수많은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들에게 저렴한 숙소와 값싸고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해 주던 식당들이 즐비해 배낭여행의 성지라 불리며 제2의 목적지를 향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주던 카오산 로드와 람부뜨리 거리 일대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처참히 버려진 현장을 담아봤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빼앗아간 그 날부터 시작된 '북적댐'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며칠 전 문득 카오산 로드를 찾아가게 되었고 예상했지만 기자조차도 1년 넘게 찾지 않았던 카오산 로드의 처절한 현실과 마주 해야 했다.
방콕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틈을 타 카오산 로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도로를 다시 깔고 전기선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정표까지 세웠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휑한 대부분의 가게가 폐업한 듯 보였고 간판들마저 내려져 예전에 이 자리가 어떤 가게들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까지도 그 유명세 탓에 가난한 여행객뿐 아니라 너도나도 찾는 곳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물가는 높아지면서 '배낭여행의 성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지만 코로나 대유행 직전까지도 방콕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이었고 코로나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지금도 인터넷에 '배낭여행자 성지'라고 검색해 보면 단연 카오산 로드가 지목되고 있다.
방콕 카오산 로드는 관광지로서 참 독특한 형태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카오산 로드에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만한 이렇다 할 유적지가 있거나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바로 '사람'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만든 '북적임과 열정'이 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가성비 좋음에 포장되어 저렴하지만, 그에 걸맞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숙소들, 맛집이라고 소문났지만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의문을 품으며 넘쳐나는 손님들에 엉망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식당들, 마사지 공장을 방불케 하는 수 없는 마사지샵들 그리고 생각보다 비싼 한잔의 술값 어떻게 보면 어느 하나 매력적인 구석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허접함은 사람들의 북적임 속에 자연스럽게 가려져 숙소는 고단한 몸을 뉘어 쉬기에 충분하고 길거리 음식도 충분히 맛있으며 한잔 술에 온 열정을 토해낼 수 있는 곳으로 변해 버린다.
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 카오산 로드의 화려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기록을 남긴다.
카오산 로드에는 수없이 많은 식당, 바, 레스토랑, 클럽, 마사지샵 그리고 크고 작은 호텔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기자가 기억나는 곳들을 중심으로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임을 밝힌다.
'똑같은 곳에 자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비싸고 더럽고 냄새나고 시끄럽다, 비위생적이고 맛없다고 불평하고 다른 누구는 저렴하고 좋았다 하지 않는가?'
짜끄라퐁 로드(Chakrabongse Road)와 접해 있는 카오산 로드 입구다. 새로운 이정표가 눈에 띄고 입구 오른쪽에 있던 경찰서도 완전히 해체되고 뭔가 새롭게 짓는 중인데 사람이 없으니 사고도 날일이 없어서 경찰서도 떠나는 모양이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 양옆으로 셔터가 내려진 수많은 가게들 그리고 사람이 없어 그런지 예전에 그렇게 좁아 보이던 400m 남짓 되는 길이 유난히 멀고 크게 느껴진다.
입구 오른쪽으로 예전에 걸리버 트래블러스 클럽이 있던 지저분한 상가 건물은 로코 클럽(Rocco Club)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있는데 가본 적이 없지만 이 건물 옥상에 위치한 방콕 뷰 루프탑 바(Bangkok View Rooftop Bar)는 라마8 다리(Rama VIII Bridge) 그리고 반대편 왕궁과 싸남루앙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오산 로드의 중심에 눈에 띄는 노란색 대형 호텔 바로 댕덤(Dang Derm) 호텔과 맞은편 D&D Inn Bangkok은 1박에 3~5만 원대로 밤새 음악 소리와 함께 광란의 중심에서 잠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숙소로 크기와 외관과 다르게 숙소 내부는 금액에 맞는 경험을 선사하지만 두 곳 모두 수영장 뷰는 참 좋은 편이다.
오른쪽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장식들로 꾸며져 사진찍기 좋은 히피 드 바(Hippie De Bar)가 있었는데 지금은 철문으로 통로를 잠가놓은 상태였다.
댕덤 호텔을 막 지나면 왼편에 계단식 독특한 인테리어로 눈길이 가던 더원(The One)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럭키 비어(Lucky Beer)와 맞은편 센터 카오산(Center khaosarn) 이 세 곳이 바로 카오산 로드를 밤마다 광란의 거리로 만드는 주범들이다.
서로 경쟁하듯 굉음의 노래를 틀고 거리 전체를 곧 클럽이 되게 만들어 누구나 몸을 흔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다 보면 왼쪽 2층에 위치한 루프바(Roof Bar),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괜찮은 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2층에서 한발 물러나 카오산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맞은편 녹색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1층짜리 건물들은 잡화 및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왼편에 위치한 버디 비어(Buddy Beer)는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데 유럽의 어느 거리에 나와 앉아 있는 느낌으로 카오산 로드의 많은 업소 중에 가장 고급지고 조용하고 깨끗한 레스토랑이다.
피자, 파스타를 비롯해 태국 음식들까지 무난한 편이지만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인 게 흠이다.
작은 상점들도 모두 간판을 가린채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카오산 로드에 오면 저게 뭐라고 같이 사진을 찍을까 하면서도 너도나도 인증샷을 남기게 되는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광대 로널드 맥도날드 동상, 그리고 태국 로컬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클럽이었던 브릭바(Brick Bar)가 그 안쪽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브릭바(Brick Bar)는 태국 음악과 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젊은 태국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었다.
이곳 2층에 위치한 멀리건스 아이리쉬 바(Mulligans Irish Bar)는 목조를 이용한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운 유럽 느낌이 물씬 났었고 깨끗하고 시원했다는 기억과 생각보다 태국인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여기저기 TV와 빔프로젝트를 설치해 스포츠 중계를 보여주고 다트와 당구대가 있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금, 토요일에는 음료가 포함된 입장료를 내야 입장할 수 있고 괜찮은 분위기, 나쁘지 않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걸맞게 전반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이제 카오산 로드 끝자락을 빠져나오면 은방(silver shop)들이 모여있는 '타나오 로드'가 나오는데 영업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길을 따라가다보면 왼편에 카오산 로드와 나란히 놓여 있는 람부뜨리 로드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람부뜨리 로드는 카오산 로드가 밤이 되면 180도 얼굴을 바꾸고 시끌벅적 열정이 넘치는 광란의 거리로 변하는 동안에도 낮의 아늑함을 간신히 유지하는 거리로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가게들과 마사지샵들로 거리를 채우고 있다.
이곳 왼편에는 새벽 시간까지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좀 이른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 허기진 뱃속을 채우는 길거리 죽집이 있던 자리다.
거리를 들어서 오른편에 태국 현지 젊은 친구들이 술 마시고 춤추는 라이브바 딥바(Deep bar)가 있다.
이곳은 위에 언급한 브릭바에 비해 좀 더 태국스럽고 술값이 저렴하다.
코너를 돌아 오른편에는 카오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라고 할 수 있는 몰리 바(Molly bar)가 있다. 괜찮은 라이브, 분위기, 시원함 적당히 흥겨움을 선사한다.
이비스 스타일 방콕 카오산 위앙따이 호텔, 3성급이지만 지은지 몇 년 안되어 카오산과 람부뜨리 로드 중심에 위치한 수많은 호텔 중에 가장 깨끗하다.
이비스 계열 호텔의 특징인지 여기도 방이 좀 작은 편이고 1박 금액이 주변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
빌라 차차 방람푸(Villa Cha Cha Banglamphu Hotel). 저렴하니 시끄러운 거 상관없고 외국인들하고 마구 어울려 놀고 싶은 관광객이라면 추천, 수영장, 정원, 로비 등 조경이 잘 되어 있어 혹하기 좋지만, 객실 상태가 다소 실망스러운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저렴하고 위치가 좋으니 참을만하다 치더라도 너무 시끄러워 감당하기 힘든 곳이었다.
맞은편 어딘가에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뿌팟퐁커리 맛집으로 소문나 많이 찾던 우텅(Authong)이 있었는데 간판들이 전부 사라져 정확히 어느 자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밤이면 작은 공연이 펼쳐지고 오손도손 모여 술판을 벌이던 곳인데 흔적도 느낄 수 없는 모습이었고 맞은 편에는 괜찮은 라이브가 자랑이었던 푸바(Fu Bar)가 있다.
길을 빠져나오면 이제 다시 짜끄라퐁 로드(Chakrabongse Road)를 만나게 되고 길 건너 직진 방향으로 람부뜨리 로드로 이어진다.
여기서 오른쪽에 한국인들이 쌀국수 투어로 많이 찾는 오리 국수집과 찌라 옌타포의 어묵국수집이 위치해 있는데 다행히 두 곳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길 건너 짜오프라야 강 유람선 선착장으로 나가는 길로 이어져 있는 골목, 한국 사람에게는 이곳이 람부뜨리 로드라고 더 알려진 거리다.
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위치한 싸와디 하우스(Sawasdee House)는 1박에 만원이 조금 넘는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어쩌다 한국의 방송에까지 나오면서 맛집 소리도 듣는 곳인데 솔직히 그냥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곳으로 태국 요리부터 피자, 스테이크 등 서양식까지 메뉴판이 책 한 권이다.
왼편에는 항상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10여 대의 툭툭이가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람부뜨리 빌리지 앞 한대의 툭툭이가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쯤 부부가 하던 팟타이 노점도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던 곳으로 기억된다.
이 일대에서 적당히 불편함을 감수한다 치고 저렴한 숙소를 찾는다면 람부뜨리 빌리지 최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람부뜨리 로드에 있어 주변에 온갖 편의 시설들이 모여있고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비수기 3~4만 원으로 옥상 수영장에 조식까지 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마사지샵과 잡화점들이 전부 문 닫은 모습이다.
이곳을 막 지나 있던 괜찮은 태국 음식들을 내놓던 '포피앙 하우스' 몇몇 노숙자들이 점거하고 있어 사진에 담기가 어려웠다.
여기 꺾이는 지점에 태국식 팬케이크 '로띠'를 팔던 노점도 유명했다.
사진에 보이는 노란색 대문 집, 마담 뮤서(Madame Musur)는 낮에는 편안한 분위기에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저녁이 되면 분위기 좋은 바로 변신하는데 전체적으로 꽤 준수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해 단연 손에 꼽히는 핫 플레이스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편에 보타닉 백야드(Botanic Backyard Bar & Restaurant)도 현재는 문을 닫고 경비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은 아마 요즘 MZ세대의 인스타 감성을 100% 충족 시켜 줄 만한 빈티지 스타일의 예쁜 인테리어로 주문해 내오는 음식들 세팅도 사진에 담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오른쪽 흰색차량이 주차된 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던 노점 '팀 레스토랑(Tim Restaurant)', 길거리 음식점이지만 팟타이, 뽀삐야텃, 쏨땀, 각종 덮밥, 똠얌꿍 등 안 하는 요리가 없을 정도였고 가격이 대부분 50바트 수준으로 저렴하고 맛 또한 좋아 늘 사람들이 노상에 펼쳐진 간이 식탁을 가득 메우고 있어 처음 보는 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고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곳이었다.
팀 레스토랑(Tim Restaurant)을 등 뒤로 하고 보이는 작은 골목을 들어서면 카오산 로드의 한국인 여행사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동대문 식당 여행사가 보인다.
카오산 로드에서 한식이 생각나면 항상 찾던 곳으로 삼겹살 무한리필을 먹기 위해 태국 사람들로 북적대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잠시 휴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짜오프라야강 유람선 프라아팃 선착장과 많은 사람이 찾는 쌀국수집 '나이쏘이', '쿤댕 꾸어이짭 유안'이 위치한 프라아팃(Phra Arthid) 로드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갈비국수로 유명한 나이쏘이가 있고 맞은편에 프라아팃 선착장이 있다.
반대로 왼쪽으로 내려오면 초록색 외관의 베트남씩 쌀국수라고 하는 걸쭉한 국물에 쫀득한 면발의 국수를 담아내는 '쿤댕 꾸어이짭 유안'이 있다.
어쩌면 방콕 카오산 로드와 람부뜨리 로드를 여행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간직한 추억 속의 장면들을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고 또 모여들어 카오산 로드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어떤 여행자들은 늘 새로운 곳을 찾는 것을 즐기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같은 곳을 다시 찾아 추억을 되짚는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코로나19 이전 이곳 카오산에서의 기억을 더듬으며 걸었던 짧은 여정을 국수 한 그릇과 함께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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