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스러운 섹슈얼리티, 팀 버튼의 『THE WORLD OF TIM BURTON』 전시
- 첫 소개되는 150여 점을 포함, 50년간의 발자취 담긴 520여 점 작품 전시 - 존경하는 자하 하디드 유작인 DDP에서 전시 영광으로 생각
(서울=뉴스코리아) 허승규 기자, 허재혁 대학생 기자 = 그의 기괴하고 몽환적인 캐릭터들은 판타지, 호러, 스릴러, 코미디가 뒤섞여 “버트네스크(Burtonesque, 버튼 양식)”라 불리는 예술 장르를 만들었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괴기 스럽고 우울하고 공포스럽기조차 보이는 주인공들이 어떤 불가피한 이유 때문에 외면 당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변 인식을 뒤바꾸고 세상을 변화 시킨다. 이들 대부분은 신체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거나 어둠의 캐릭터지만 항상 밝은 세상에 나오려 애쓰기 때문에 짠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조차 하다.
팀 버튼(1958)은 상상력과 판타지 효과를 연출하는 영화 제작자이자 미술, 건축, 의상, 음악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감각의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는 나와 연관된 것들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제가 흥미있어 하는 것들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인데, 사실 ‘이야기라고도 할 수 없는 것’에 관심이 갑니다.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나 기호에는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판타지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50여 년간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 팀 버튼 프로덕션의 두 번째 월드 투어 프로젝트(“THE WORLD OF TIM BURTON”)의 첫 전시로 DDP에서 전시되고 있다. (첫 번째 월드 투어는 2012년 팀 버튼 프로덕션과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공동기획했고, 뉴욕, 멜버른, 토론토, LA, 파리, 서울을 순회 전시했었다)
금번『THE WORLD OF TIM BURTON』 감상 전에 그의 대표작 3개를 통해 팀 버튼 컬러를 조금 더 이해해 보자.
■ <비틀쥬스(1988)>
공포스럽고 기괴한 버트네스크를 잘 설명해주는 판타지 코미디 호러 영화로, 마이클 키튼, 알렉 볼드윈, 지나 데이비스, 제프리 존스 등이 출연했다. <비틀쥬스>는 어이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가 이들의 저택에 새로 이사 온 찰스 가족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그가 자신의 작품관을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영화로 생각된다. 그의 다른 여러 작품들처럼 뮤지컬로 제작되었고, 2019년 토니상에서 작품상, 대본상, 작곡·작사상,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 <배트맨1(1989), 배트맨2(1992)>
배트맨은 고담시를 지키는 어둠 속 영웅이다. 배트맨1의 조우커는 어릴 때부터 악당이었던 잭 니파이어는 배트맨에게 걸려서 약품 속에 쳐박혀 간신히 살아나긴 했지만 창백한 흰 얼굴에 머리칼은 초록색 그리고 입술은 진홍색이고 게다가 안면 신경이 파손되어 늘 웃고 있는 상태의 광대 얼굴 조우커(The Joker)가 된다. 그는 정서적으로 불안되고 영리하며 화학에 능해 여러 화학 가스로 웃고 있는 얼굴과 개명한 이름처럼 즐거움을 추구하는 무시무시한 악당이 된다.
배트맨2는 기형으로 태어난 후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하수구에서 키워진 '펭귄맨'과 상사로부터 죽임을 당하지만 고양이처럼 목숨이 질기게 부활한 '캣우먼'이 주인공인데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다.
가장 팀 버튼스러운 악당 조우커와 펭귄맨, 영웅 배트맨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와 좌절한 슈퍼히어로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배트맨2는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무섭고 기괴하다는 이유로 PG등급(부모 동반 관람가)을 받았다) 배트맨1은 마이클 키튼, 잭 니콜슨, 킴 베이싱어, 배트맨2는 마이클 키튼, 대니 드비,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켄 등이 출연했다.
■ <가위손(1990)>
팀 버튼의 대표작 중 하나로, 조니 뎁, 위노라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등이 출연했다. <가위손>은 외딴 성 속에서 갇혀 살던 인조인간 에드워드는 인간과 교류하며 살며 자신의 인간성을 깨달아 나가고 다시 한 번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알아채 자신의 본자리인 외딴 성으로 돌아가는 회귀적 인간성을 에드워드를 그린 영화다. 영화 배트맨처럼 가위손의 사랑 이야기는 무서우면서, 슬프고, 아름다웠다.
이 외 <빅 피쉬<2003)>, <유령신부(2005)>,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스위니 토드(200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빅 아이즈(2014)>,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덤보(2019)> 등이 있다.
금번 전시는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10개 주제로 구분하였다고 한다. 특징적인 섹션만 소개한다.
■ 섹션 1,2 : 인플루언스(influences), 휴가(holiday)
팀 버튼이 어린 시절 필기했던 노트와 드로잉 원본 등 초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자란 그에게 연말에 열리는 축제는 지루한 시골 일상의 탈출구였는데, 팀 버튼의 어린 시절과 그가 영향을 받았던 소개하고 그의 예술 세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 섹션 3 : 유머와 공포(carnivalesque)
‘카니발레스크’는 유머와 공포라는 상대적인 개념이 동시에 융합된 팀 버튼 예술세계의 가장 상징적인 테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빙글빙글 꼬인 혓바닥, 밖으로 튀어나와 방황하는 눈동자, 기괴한 광대 모습들은 유머와 공포를 조화롭고 균형 있게 표현하며 기괴한 즐거움이라는 이중적인 테마를 잘 보여준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말장난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카니발레스크’ 개념의 대표적인 표현 방식이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로 삭막한 이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 섹션 4,5 : 오해받는 낙오자(misunderstood outcast), 영화 속 주인공(film characters)
그의 작품에는 동정심을 부르는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의 콘셉트 드로잉, 회화, 대본, 스토리보드 등을 통해 팀 버튼의 상상 속 아이디어가 스크린으로 펼쳐지기 전에 시작되는 과정들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 섹션 8,10 : 세계여행(around the world), 팀 버튼 스튜디오(the artist’s studio)
영화 감독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이 일상인 그는 항상 떠오르는 영감과 시각을 스케치북뿐만 아니라 호텔 메모지, 식당 냅킨들에 기록했다(귀한 건 다들 수집하지만, 흔한 물건들은 오히려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김달진 선생이 생각나던 차에 전시장에서 우연히 만나 뵈었다). 그가 스쳐 지나간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어떻게 작품으로 탄생시켰는지 작품 완성을 위해 시야 밖에서 이뤄진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무명 시절부터 현재까지 틈틈이 쌓아올린 육필 기록과 드로잉 더미가 액자 속에 담겨 있다.
팀 버튼의 소지품 가운데 스프링이 부착된 소형 스케치북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디에 있던 영감이 떠오르면 붙잡아두려는 습관의 결과물로 보였다. 수준 높은 드로잉에는 풍부한 이야기가 녹아 있고, 작가의 감수성과 역량을 오롯이 드러낸다.
또한 그의 작업공간(스튜디오)을 재현한 섹션에는 새로운 신작들의 탄생 과정들이 놓여 있는데, 화려하고 우아한 이미지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삶과 정신을 느껴 볼 수 있다.
창백한 얼굴에 빨간 곱슬머리의 사내, 쪽 진 머리에 컬러풀한 의상을 한 난쟁이들, 풍선껌을 먹고 보라색 공처럼 변한 소녀, 뼈만 남은 앙상한 몸매에 과장된 속눈썹과 큰 눈을 가진 신부(유령신부), 온 몸에 핀이 잔뜩 꽂힌 아기..
팀 버튼의 판타지하고 컬트적인 전시 작품들을 관람하며 예기치 않은 이미지의 발견이 의미있는 결과물로 전환되기 위해서 이질적인 요소들을 새롭게 결합시키는 보이지 않는 절규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