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스페인을 더하다.

당신이 모르는 수백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스페인의 흔적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필리핀

2023-03-29     김희수 특파원
필리핀 마닐라 인트라무로스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마닐라=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 필리핀이라는 국명은 1898년까지 약 300년간 이 나라를 식민 지배한 스페인이 펠리페 2세 국왕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펠리페 2세는 다름 아닌 1521년 필리핀을 발견한 스페인 항해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에게 모험 비용을 댄 후원자다.

필리핀은 나라 이름 자체에 식민 지배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셈이다. 그러다가 지난 2019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식민지 잔재 청산을 위해 국명 필리핀 대신 제안한 현지어로 '귀족' 또는 '자유인'이라는 의미의 국가명 '마할리카(Maharlika)공화국'을 놓고 국민들간 열띤 찬반 논란이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흐지부지 된바  있다. 

 

Intramuros 인트라무로스
필리핀 역사와 문화를 품은 도시

 

만약 지금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방문했다면 잠시 시간을 내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에 가면 필리핀속 작은 스페인을 만날 수 있다. 

 

스페인이 필리핀을 통치하던 16세기에 스페인 인과 스페인계 혼혈만이 거주하기 위해 건설된, ‘성의 안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옛 스페인 정복자들의 거주지였던  인트라무로스 안에는 성당, 관공서, 병원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 이곳은 19세기 말까지 번성했지만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의 점령 기지가 되어 미군의 폭격을 받아 대부분 크게 파손되었다.

 

마닐라 대성당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인트라무로스에 남아 있는 옛 스페인 시절의 건물들로 예전의 모습과 그 규모를 추측해 볼 수 있는데 특히 성 어거스틴 교회, 마닐라 대성당, 산티아고 요새등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중 성 어거스틴 교회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인트라무로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불리는 마닐라 대성당은 인트라무로스 내의 로마 광장에 위치해 있으며 주말에는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실제 결혼식이 진행되는 마닐라 대성당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1581년에 지어진 이래 자연재해로 인한 수차례의 파괴와 복원을 거듭했으며 지금의 모습은 1958년에 재건 한 것이다.

인트라무로스 북서쪽에 있는 산티아고 요새는 인트라무로스를 방어하기 위한 군사 시설이며 필리핀의 독립 영웅인 호세 리잘이 사형 선고를 받은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또한 요새 안에는 스페인 통치 시절의 감옥과 호세 리잘의 박물관이 있다. 

인트라무로스 안에는 필리핀 상류층의 저택을 재현한 카사 마닐라 박물관과 필리핀의 가톨릭 역사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성 어거스틴 박물관등이 있다.

스페인 식민 시절 귀족들이 타던 카레사(마차)를 타고 인트라무로스 지역을 도는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는데 1시간에 1천페소(한화 약 24,000원)정도다.

 

카레사 마부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인트라무로스 남쪽에 있는 리잘 공원은 호세 리잘이 처형당한 장소에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공원으로, 공원 내부에는 호세 리잘의 유골이 안치된 기념비가 있다.

 

인트라무로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당했던 필리핀의 역사적 배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대적 건축물들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필리핀은 스페인에 300년 이상 점령 당한 전통 문화유산과 유적들을 없애지 않고 그 시대의 역사적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피에스타(축제)중인 카비테의 한 마을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카레사로 인트라무로스를 둘러볼수 있다.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카레사를 타고 인트라무로스 주변을 달리면서 보여지는 스페인의 흔적들은 멀리 달리는 차창 밖에서 보는 것과는 새로운 경험이다. 

과거 역사적 건물들을 현대에 접하기 어려운 마차를 이용해 돌아보며 그 시대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다.

 

 

필리핀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문화와 종교 등 전체적인 분야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 필리핀에 존재하는 다양한 토속 언어들 속에 스페인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공존하는 이유다.

문화재와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필리핀은 스페인 뿐만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기도 했다. 성벽에 남아있는 총탄 자국들을 보면 당시 전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총탄 자국이 성벽 곳곳에 남아있다.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주권을 가져본 역사가 길지 않은 필리핀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보존함으로써 후손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역사를 물려주며 그 가치를 잊지 않고 있다.

현재 필리핀 내 스페인 문화유산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으며 마닐라 북쪽 지방인 일로코스 주 라오악과 비간은 더욱 다양한 외국인들에게 필리핀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관광의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필리핀에 스페인을 더하고 싶다면, 일로코스로의 여행을 떠나보는것은 어떨까?

 

필리핀 역대 대통령의 흉상을 조각해둔 Galleria de los President de los Republica Fillipina @뉴스코리아 김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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