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 고인돌 축제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세계화 전략을 엿보다(1)
- 화순 고인돌 축제가 한국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 - 무겁고 어려운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 축제와 모임의 장을 만들어 유쾌하고 즐거운 소재로 탈바꿈하는 것.
(뉴스코리아=화순) 권순철 기자 = (편집자주: 본지에서는 화순 고인돌 축제를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세계화 전략을 엿보다'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서로 어울려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고, 같은 출신들끼리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22일 화순 고인돌 축제에 참가한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 여성 원속난(26) 씨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여성들끼리 선보인 공연을 마친 후 이번 축제가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각자의 색과 멋을 뽐낼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에 온지 7년째인 원속난 씨가 속한 캄보디아 공연팀은 이번 무대에서 풍요와 무탈한 농사를 기원하는 전통 춤 '플로이 수이오이'를 보였다.
다른 부스의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여성들로 구성된 공연팀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기고 싶어 이번 축제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팀이 준비한 춤은 '반 조이 느억'으로, 남성 중심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전통 베트남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억압을 떨쳐버리고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표현한 명시 '반 조이 느억'을 형상화한 춤이다.
21일부터 30일까지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열리는 화순 고인돌 축제의 메인 콘텐츠는 고인돌이지만, 관내 다문화 가정이 한데 모여 각자의 색을 뽐내고 문화를 공유하는 장이 마련됨으로써 고인돌의 무겁고 엄숙한 이미지를 덜어낼 수 있었다.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 지배 계층이었던 군장들의 무덤으로, 장례 장소라는 점에서 다소 엄숙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화순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지금 시점에서 고인돌은 다양한 사람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현장으로 탈바꿈하여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축제 간 다문화 가정의 공연을 총지휘하고 있는 화순군가족센터 김종식 센터장은 "고인돌의 장례의식이 그런 종류의 느낌(무겁고 엄숙함)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로 끌어와서 여러 문화가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활기차고 즐거운 축제 속에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했다.
대중적인 소재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 현장의 주요 소재로 녹여서 세계인들과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세계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다문화 가정 출신들의 공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생소함과 코로나19 속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다문화 가정 출신들의 문화가 축제라는 현장을 통해 발산되고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대규모 모임 행사가 셧다운된 이후 화순군에서 처음 개최된 대규모 야외 행사로, 관객들은 현장에서 공연 참가자들의 무대 관람뿐만 아니라 민속놀이, 춤 등 여러 문화권의 생소한 전통을 직접 부스에서 체험해볼 수 있었다.
여기에는 군청 차원에서 다문화 가정에 관심과 지원이 효과적으로 집중되었던 측면이 크게 부각된다.
호남 통계청이 발표한 호남 제주 다문화 현황 및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화순군의 다문화 가정은 592가구로 무안군(657가구)에 이어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다.
화순군청은 지자체 중 최초로 다문화과를 별도로 설치한 곳이다. 도내 인접한 무안 군청에도 다문화여성과가 있지만, 다문화 가정만을 표적 지원 및 관리하는 곳은 화순군이 유일하다. 다문화과 직원들도 전원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화순군이 이와 같이 고인돌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을 바깥 세계로 돌리는 방식은 향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다문화 가정과 관련하여 갈수록 한국에 유입되는 다문화 가정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들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화순군은 이번 축제를 일회성 행사로 만족하지 않고 사계절에 맞추어 분기에 1번씩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겁고 다가가기 힘든 이슈지만 관심을 경주할 것. 그리고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유대감과 공감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화순군이 한국에 던지는 세계화 전략의 새로운 방향이다.
본 기사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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