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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83%는 내집에서 늙고 싶어한다 -럭셔리 실버타운, 시니어의 낙원일까? 아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선호 이유 건강수명이 연장된다. -어디서 사는냐 보다 어디서 죽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슬기로운 노후생활] 스마트한 주거 선택법

2024. 03. 09 by 신종국 논설위원

(서울=뉴스코리아) 신종국 논설위원 = “남은 여생을 어디서 보내면 좋을까. 귀촌, 귀어 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 볼까. 아니면 세컨 하우스를 마련해서 도심과 자연을 오가며 지낼까.“ 인생2막을 맞이하는 은퇴자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고민들이다.

물론 100세시대 노후준비라고 하면 재무적인 준비가 먼저라는 주장이 현실적이지만, 젊었을 때 얘기다. 인생2막 출발점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최우선 노후준비의 핵심은 “주거”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2막을 넘어 살아가야 할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은퇴 후 주거지는 나이가 들면 주거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고령화를 겪은 선진국에서 얻은 교훈이다.

 

송도 신도시 전경 @뉴스코리아 신종국 논설위원
송도 신도시 전경 @뉴스코리아 신종국 논설위원

 

특히 보건 복지부의 2020년 노인 실태조사 (연구기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내집에서 늙고 싶다는 말이다.

신혜리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도 남녀노소가 모여 있는 지금의 주거 환경에서 계속 사는 것이 좋다”는 이른바 Aging in place가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내집에서 늙어 가는 것이 가장 스마트한 주거 선택이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간은 시간의 파괴성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건강은 “팔팔 >> 시름시름 >> 돌봄” 사이클을 필연적으로 겪는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주거의 변화는 선택과 필수를 지나 타인강압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갭 축소는 국가와 개인의 공통된 소명이다. 국가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를 대비해야 하고 개인은 철저한 건강관리로 돌봄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국민 삶의 질 보고서‘ 에 따르면 코로나 여파로 0.9세 감소하기는 하였지만, 22년 기준 평균 수명은 82.7세다. 이에 비해  건강 수명은 2019년 기준 73.1세로 거의 10년을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는 암울한 결과를 보였다. 

스마트한 주거 선택법은 선제적으로 건강수명의 연장이 시작점이다. 내집에서 늙어 가는 소망도 건강해야 이룰 수 있다. 또한 배우자의 사망이나 자녀의 출가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될 때 재무적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주거를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 받고 있는 생사관 “핀핀 코로리” 는 건강이 넘친다는 뜻의 “핀핀”과 갑자기 죽다라는 뜻의 “코로리”의 합성어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9988231”과 유사한 생사관이다. 그러나 2023년 비슷한 시기에 20대에서 70대(일본은 60대)를 대상으로 ”100세까지 살고 싶으신가요“ 라는 질문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51%, 일본은 22%가 “그렇다” 라고 응답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결과값이 의미 심장하다. 의술에 의지한 웰빙보다 웰다잉이 중요하다는 의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5세이상 인구의 상대적 노인 빈곤율은 39.3%로서 OECD 회원 37개국 중 36위이다. 재무적 노후준비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자의 처지와 무관하게 ”나는 요양원은 안간다. 죽더라도 내집에서 죽고 싶어“라고 말하고 있을 만큼 내집살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코로나 이후 스위스에서도 삶의 마지막을 돌봄 시설에서 벗어나 내집에서 방문 돌봄을 선택하는 ”슈피텍스“(spited) 이용자 수가 2020년 기준 42만명으로 증가하는 추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SNS에서 두다리가 성한 건강한 노인이 비싼 돈을 내면서 노인들만 모여 사는 럭셔리한 실버타운 선택은 멍청한 짓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인 한 시니어의 경험담이 신선하다.

입주 초반에는 럭셔리에 취해 폼도 잡았지만, 이웃이라는 관계망의 단절 때문에 감옥살이와 진배없고, 시니어의 낙원을 불리는 럭셔리한 실버타운에서 기대했던 지적인 대화는 허무한 착각이었다. 대화의 대부분이 끝없는 전직 지위, 재산, 자식 자랑에 스트레스만 쌓여 만남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폐쇄적 공간으로 변질된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한 주거 선택은 돈과 의욕만으론 분명 한계가 있다. 개개별 건강이 전제되어야 하고 인간관계가 원할하게 이뤄질 수 있는 필수조건인 사회관계망과 인프라가 충족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가 육성하는 양가적 K-의료 산업은 돈 벌이 보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갭 축소라는 시대적 과제에 집중함으로써 인생2막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한다. 건강한 사람들의 왕성한 사회활동 증가는 사회적 관계망의 다각화와 스마트한 주거 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가장 핫한 논쟁거리다. 많은 나라가 허용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안락사를 법제화되지 않았다. 관련하여 헌법이 정한 국가의 생명 존중 의무와 상충되기 때문이고,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료와 종교계의 염려가 있기 때문에 논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환자의 고통 해소와 가족의 돌봄 부담 같은 문제가 커지는 시점에서 네덜란드 총리의 안락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복한 죽음이란 당연 없겠지만, 이로인해 마지막 주거 선택을 위해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보장된 나라로 이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시간의 파괴성에 저항하며 젊지도 늙지도 않은 이제 막 인생2막을 시작하는 필자를 비롯한 우리세대는 부모의 부양의무와 돌봄 받을 권리로 골머리를 썩는 통에 거기까지는 무리다. 이러한 고민도 우리세대가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어디에서 사느냐‘ 우문(愚問)에 ’어디에서 죽느냐‘ 가 더 현답(賢答)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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