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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노후생활] 떠밀린 휴가, 그래도 멈춤과 회복은 챙겨라

2025. 08. 04 by 신종국 전문기자

(뉴스코리아=서울) 신종국 기자= 우리 아파트 관리소의 전기사용 자제 협조를 구하는 ”과열된 변전실을 선풍기로 식히는 사진“ 한 장이 올해 더위의 횡포 증거로서 딱이다.

연일 폭염에 대해 기상학자의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하는 괴이한 사과도 덥고 , “극한 폭염” “극한 폭우” “역대급 마른 장마”등 더 이상 강한 표현은 찾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미쳤다.

폭염의 주범 북태평양과 티베트의 고기압이 자주 한반도에 출몰할 수 있는 조건이 많다는 8월의 전망엔 몸서리가 절로다.

 

삽화 : 숲(21*29.7 펜드로잉) @작가 신종국 
삽화 : 숲(21*29.7 펜드로잉) @작가 신종국 

 

그나마 8월은 본격적인 휴가시즌이다.

집 떠나면 전기를 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얕은 수작을 만류한다.

휴가는 전력문제와 별개로 인생의 시계가 늘 켜진 상태로 사는 현대인들에게 유일한 멈춤이 주어지는 절대적 시간이고, 지쳐있는 심신을 회복하고 재충전할 기회다.

개개별 처한 상황에 따라 휴가의 형태는 다르지만, 옛 문헌에서 접한 ”피접“과 유사하다.

휴가는 마음의 짐을 덜고 피접은 육신의 병을 벗어내는 행위로서 맥락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떠밀려 가는 휴가가 되서는 안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년도 넘은 광고지만 보상의 의미로 많은 이들이 아직도 공감하며 회자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실은 휴가를 잘 누리지도, 쉬지도 못하는 데 있다.

집 나오면 개고생과는 결이 다르다. 쉬고 있으면 불안한 까닭이다.

은근 이런 부류의 사람이 많다. 본인은 쉬고 있다고 하지만, 제대로 쉬고 있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나는 왜 마음 놓고 쉬지 못할까”에서 서울대 김은영 교수는 “멈춤과 회복”이 함께하는 진짜휴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안으로 마음챙김을 제안한다.

“마음챙김은 특정한 행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다” 라며 우리를 회복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이렇게 계속 살면 안되는데 자각을 하면서도 건강한 자아의 절충점을 찾기가 녹록치 않다.

하나는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빠져 타인의 삶을 사는 것을 휴식으로 착각하거나, 또하나 진짜 이유는 얽매임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인 까닭이다. 

근심 없이 쉬는 법을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럼에도 우리의 휴식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에겐 깊은 휴식이 필요하다. 

자유의지를 상실해 가는 현대인을 향해 네덜란드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로 정의한다.

감시와 처벌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의지가 자유롭지 못한 이유를 우리 스스로가 ”자유 의지의 아웃소싱“ 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 많은 편리성과 즐거움을 위해 문명이기 중독에 빠져 자신의 의지를 포기한 게 화근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갖게 된 ”나쁜 습성“은 “필터 버블”에 의해 더욱 견고해지고, 알고리즘에 침탈된 삶은 잠깐의 휴식마저 잃고 진짜 휴식은 편향의 늪에 조공이 되었다. 

또한 고대철학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동서양의 석학들의 경고는 한결같다.

타인의 인정을 거부하고 자기 의지를 강조한 장영실의 가치관이나,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지만, 가짜지식에 절대 현혹되지 않은 소크라테스처럼, AI의 출현으로 정보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SNS의 그늘 속 타인의 욕망에 빠져 사는 우리의 태도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므로 진정한 휴식을 누리는 힘은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멈춤과 회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쁜 습성에서 벗어나 자유 의지를 회복한 사람은 자기주도 휴식에도 능통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일과 휴식의 조화를 이룰 줄 모르는 의지가 약한 사람은 애써 얻은 작은 휴식마저 타인에게 떠넘긴다.

휴가를 가더라도 몸은 휴가지에 있고, 정신은 늘 회사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망하는 줄 안다.

그래서 그의 주변 사람들은 여가도 누리기 힘들다.

이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진정한 휴식이란 잠시라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함으로 자신을 돌봐야만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사소한 일을 흘려보내는 지혜를 역설한 프리드히 니체의 ”망각의 복“이 약이 될 수도 있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의 도움도 경우에 따라서 동원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용기에 대해 우리가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 

또한 휴가는 상호부조다.

휴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의무이고, 에너지 재충전은 약속이다.

경직된 몸을 풀고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긴장에서 벗어나는 일은 상호 존중이며 휴가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법을 잊어버렸다면, ”핸드폰 잠금상자“를 추천한다.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벌 수도 있고, 잊고 있던 자신만의 휴식법을 소환하여 여러 아날로그 감성 끌어내는 휴식을 만날 수도 있다.

이러한 휴식은 ”오롯시 나만의 행복한 시간“으로 활력을 돌려받고 나를 충전한다. 

올 여름 휴가가 ”개고생“으로 마감되어 허탈하지 않기를, 휴가를 다녀 왔는데 왜 더 피곤하지를 외치지 않기를, 부르짓는 매미의 떼창처럼 그대들의 진짜 휴가를 기원한다.

 

 

신종국 기자는 충북 제천 태생으로 충주고, ROTC장교,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금융경제를 전공했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연수했다.

KB국민은행에서 행원으로 시작해 지점장, 본부 부장, 지역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특히 부장 재임시 은퇴노후 전담부서인 골든라이프 부서를 지휘하며, 2016년 은퇴 전략 포럼에서 ‘금융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주제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현재 분당에서 은퇴 설계 연구소를 운영하며, 금융 전문가, 은퇴 전략가로 강연과 솔루션 제공을 통하여 수 많은 액티브 시니어들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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