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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②』 끝없는 길, 그녀들의 이름으로

2025. 11. 04 by 뉴스코리아(NEWS KOREA)

편집자주  기억속 희미한 얼굴, 고마워서, 미안해서 그리워서 죽기전에  한번쯤 만나 보고싶은 사람이 있으시죠? 

『추억여행』 첫번째 사연은 서정음악 그룹 그림물감의 리더이자 작곡가, 제작자였던 최진우(본명 최신묵)의 그림물감의 탄생 비하인드를 연재합니다.

 

독자사연 보내실곳 : newsjebo@newskorea.ne.kr

 

(뉴스코리아=서울) 디지털뉴스팀 = 그림물감의 노래가 세상에 퍼진 뒤에도, 내 안에는 늘 두 사람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숙희, 그리고 은아.

한 사람은 나의 첫사랑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첫사랑의 동생이자, 나를 향한 순정으로 자신의 세월을 태운 소녀였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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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목소리, 남겨진 편지

1990년 겨울, 그림물감 1집이 발표되던 시기 나는 여전히 스무 살이었다.

세상에 첫 앨범을 내놓는다는 설렘보다 마음 한켠의 공허가 더 컸다.

‘이제는 정말 안녕’

그 노래를 부르기로 했던 은아의 목소리가 끝내 녹음실에 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녹음 당일,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도, 이유도 없었다.

그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너무 떨려서, 너무 두려워서 못 갔어”라는 짧은 사과를 전해들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내 곁을 맴돌았다.

언니에게 전해주지 못한 편지, 내게 돌려주지 못한 마음.

그 모든 것이 그녀 안에서 자라난 사랑이었음을 나는 훗날 알게 되었다.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 그녀의 이름으로 쓴 노래

은아가 부르지 못한 노래는 다른 이의 목소리로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언제나 은아의 음색이 그 노래에 스며 있었다.

그녀는 내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오빠, 나 잊지 마.

그때 오빠가 준 벙어리 장갑, 

그때 들려주던 노래가,

나한텐 세상 전부였어.”

그 편지는 낡은 기타 케이스 속에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녀는 나에게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침묵 속에서 가장 뜨거운 고백을 들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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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리오로 되살아난 기억 – 〈끝없는 길〉

시간이 흘러,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썼다.

제목은 〈끝없는 길(Endless Path)〉.

주인공은 불치병 색소성 건피증을 앓는 한 소녀,

햇빛을 볼 수 없어 밤에만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녀는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빠, 나 잊지 마.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래.”

 

그 대사는 현실의 은아가 내게 했던 말이었다.

그녀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서 내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잃어버리면 안 돼. 이 반지처럼 나도 오빠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어.”

그날의 반지는 내 서랍 속에 아직 있다.

세월이 지나 빛은 바랬지만, 그녀의 체온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물망초 @뉴스코리아 포토DB
물망초 @뉴스코리아 포토DB

 

◆ 물망초의 전설

은아가 내게 해주던 이야기가 있다.

“독일의 도나우강엔 사랑하는 여인에게 꽃을 꺾어주려다 

강물에 휩쓸려간 청년이 있었대. 

그가 마지막으로 외친 말이,

‘Vergissmeinnicht’ -‘나를 잊지 말아요’였대.”

그녀는 그 이야기를 하며 말했다.

“오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말할지도 몰라. 나를 잊지 말라고.”

그때는 웃으며 넘겼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 말이 그녀의 유언 같았다.

 

물망초 @뉴스코리아 포토DB
물망초 @뉴스코리아 포토DB

 

◆ 그대들의 이름으로 남은 노래

그림물감의 노래들은 모두 한 시절의 청춘 기록이었다.

‘이제는 정말 안녕’은 짧은 만남과 이별을 알려준 숙희에게, 

‘병원이야기’는 병실의 은아에게,

‘그릴 수 없는 노래’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잔향에서,

그리고 ‘난 나나나’는 장안동 성당의 작곡가 엄승섭 선배의 곡으로.

그러나 그 모든 노래를 꿰어낸 하나의 실은 언제나 그녀들의 이름이었다.

숙희와 은아,
그 두 이름이 내 인생의 ‘그림물감’이었다.

사랑이 색이라면,
그녀들은 나의 모든 팔레트였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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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길, 아직도 걷고 있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나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림물감의 노래가 흐를 때면
눈 덮인 종로의 그날이 다시 온다.

“숙희야, 은아야…
나 아직도 너희 이름으로 노래하고 있어.
우리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길은 음악으로 이어졌고,
기억으로 남았다.

그녀들의 이름으로 남은 길
그것이 나의 ‘끝없는 길’이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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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예고 │ 『추억여행③ – 그림물감 이후, 무대 위로 다시 서다』
1집 발표 이후 사라졌던 멤버들의 행적과, 그림물감이 세상에 남긴 음악적 유산, 그리고 다시 마이크를 잡기까지의 긴 세월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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