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리아=서울) 허승규 기자 = 출입국과 관련한 단속은 일종의 특수경찰인 출입국 단속반이 담당한다. 예를 들면, 불법 숙소 운영 등 관광 업무와 관련해서 관광 경찰(경찰청), 노동 업무와 관련해서 근로감독관(노동부), 부동산 단속반(국토교통부), 세무조사(국세청), 출입국 관련 업무와 관련해서 출입국 단속반 등이 일정 사법권을 가지고 각자 영역에서 활동한다.
그래서 미등록 노동자 단속은 출입국(법무부)의 업무이기 때문에 평소에 경찰은 단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합동 단속"은 법무부가 주관해서 경찰청·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 5개 부처 합동으로 속전속결 총체적 단속을 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은 200만명으로 이중 미등록 노동자를 40만명(20%)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출입국에서는 미등록 노동자 수가 너무 많으면 법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기 때문에 단속을 실시한다.
기자가 경험한 현장에서도 단속반이 떴다고 하면, 미등록 노동자는 죽기를 각오하고 도망간다. 잡히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온 집안이 폭망하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EPS. Employment Permit System for Foreign Workers의 약자)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수년간의 준비 시간과 막대한 비용, 향후 본인 인생과 가족의 계획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가 타사업장으로 이동할 자유가 없는 '고용허가제', 미등록 노동자 합동 단속 과정, 열악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어야 하고 공론화되어야 하는 문제다.
먼저, 2004년 한국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이주 노동자의 체류기간을 제한하는 '단기순환성' 원칙, 외국 인력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보충성' 원칙을 세웠다. 그런데 단기순환성 원칙은 5년 기간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일에 익숙해질만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니까, 사업주들이 정책 변화를 요구했다.
그런 사업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한국 정부는 E-9 비자(비전문인력)에 장기근속특례를 도입해 '10년+α'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개편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조건이 장기근속이니까 한 사업장에서 계속 일해야 체류기간이 연장된다. 다시 말해, 더럽고·힘들고·위험한(3D) 업종에서 계속 일해야 체류기간이 연장된다는 의미이고, 한국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이 3D 업종 말고 더 나은 업무 환경을 찾지 말라는 암묵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철저하게 이주 노동자 혹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가장 아래 하청으로 고착화시켜야만 우리 사회의 질서가 가능하다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한국 청년들과 사회 문화에 좋지 못한 부메랑의 결과로 착근 되어진다. 더럽고·힘들고·위험한 일인데 보상조차 낮은 일에 대한 기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 곽상도 아들의 50억 퇴직금 논란, 장제원 아들의 음주운전 경찰폭행 문제, 배달·카페 등 단기 노동시장으로의 이동 증가 역시 이런 문화적 연장선에 있다.
이주 노동자,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익을 고루 분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빼앗아 정규직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익을 늘려주고 갈라치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문제이냐?', '신자본주의냐?', '어쩌라구?'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정말 천박한 논쟁이다.
자본주의 이전에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와 분배라는 정상적인 사회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법은 알지만, 실행을 안할 뿐이다.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합동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2층으로 들어갈 경우에는 반드시 탈출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단속하고, 어두울 때는 위험하니 밤에는 단속하지 않고, 도망치는 미등록 노동자를 쫓아가서 잡지 않는다는 등 암묵적 기본권 하에 단속을 해왔는데, 얼마 전 추수감사절 예배당에 난입하여 단속하거나 태국 가수의 내한 공연장을 급습하여 단속하는 등의 모습은 도를 지나치다고 본다.
과거 어메리칸드림은 당연하고 코리안드림은 불가능한 문제 혹은 만약, BTS 미국 공연장에서 이민국이 단속을 해서 본 공연은 물론 이후 2차례 공연까지 취소 된다거나 했다면? 혹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에 나오는 한국인의 모습을 다시한번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볼 문제다.
지난 2월 전북 순창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던 50대 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추위를 이겨내려고 방안에 불을 피웠다가 가스 중독으로 죽음에 이르렀는데, 그 방은 1년 임대료가 30만원(월세 25,000원)이었다. 부부는 온갖 궂은 밭일은 물론 이양기, 포클레인 작업까지 하면서 받은 급여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냈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지난 3월 경기도 포천 양돈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 '분추(67)'씨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역시 불법체류자였다.
태국 TV "채널 7" 등 태국 언론은 "분추씨가 양돈장 바로 옆 악취나는 방에서 살면서 한달 5만바트(19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그(분추)는 그 돈으로 고향(태국)에서 양계장 사업이 망하면서 진 빚을 다 갚았고, 아들은 대학을 졸업했다. 방콕에 취직한 아들이 3년전부터 이제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그는 한국에서 돈을 더 모아 고향에 양돈농장을 짓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은 매일 분추씨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다. 10여년의 타향살이를 뒤로하고 3월 20일 돌아오기로 한 그는 지난 달 8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 경찰은 분추씨가 지병으로 숨진 뒤 한국인 농장주가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고, 한국인 농장주는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22년 9월까지 한국에서는 태국인 근로자 695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불법 체류자로 그중 264명은 아직 사인조차 밝히지 못했다(자료 주한 태국대사관)
열악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여전히 개선되어야 하고 공론화되어야 한다. 뉴스와 온라인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멸시, 하대와 혐오의 발언이 넘친다. 이런 발언의 인식에는 "그들이 불법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폭력을 저지르거나 마약을 들여온다" 같은 억지같은 이유가 붙는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것은 결국은 모두 한국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도 그렇고, 불법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고객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한국인을 차별하는 백인들은 "한국인 노인들이 아침부터 커피 한잔으로 맥도널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가, 나갈 때는 1회용 케첩을 한주먹 들고 간다" 같은 이유를 붙인다. 그렇게 차별과 멸시, 하대와 혐오는 늘 손쉽고 과장된 일반화를 통해 자란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을 보면, 태어나서 자라온 문화가 다르다보니 나타나는 크고 사소한 문제들이 많다.
현재 이주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필수 구성원으로 인식될 만큼, 한국인이 기피하는 산업 전반에서 일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과 이제 (한국인들은)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와 다름을 수용하고 이제는 그들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71년 102만 명이였던 한국의 신생아수는 2022년 24만 명까지 감소했다.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들 조차도, 농어촌도, 크고 작은 사업장들도 결국 사람을 못구해 아우성이다. 또한 이주민 노동자가 너무 적으면 현장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인건비가 올라가고, 심지어 일손을 구하지 못해 사업주는 사업을 접는 경우가 생긴다. 그 자리를 누군가 채워야한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 고용행정 통계를 보면, 새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취업자의 22%가 외국인이다. 한국의 새 일자리의 22%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한국만의 현상이 절대 아니고, 미국/유럽/중동 등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요즘은 한국의 시골에 가면 농사도 다 외국인들이 짓는다. 정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기간 연장을 검토중이다.
우리 경제는 이제 그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만 한다. "한국에 와서 돈 많이 벌어 돌아 갈 수 있으니 너희들만 좋은 거다." 외국인 근로자를 향한 무시와 차별은 여기서 부터 출발한다.
남을 평가할 때 드러나는 것은 우리의 인식 수준과 자세다. 한국 사회가 이주 노동자를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하기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다.
"미개하고 천박한 사람들이 혹시 우리 땅을 더럽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2021년 우토로 재일동포 마을에 불을 지른 일본인 청년도, 유태인 6백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도 그렇게 생각했다.
타민족과의 동거는 현실이 됐다. 피부색이 뭐가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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