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뉴스코리아) 안정현 특파원 = 러시아에서는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러시아정교회의 사순절 직전 일주일 동안 슬라브인들의 봄 맞이 축제가 열린다.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에 사순절을 앞두고 신나게 놀아야 하는 것이 슬라브인들의 축제, '마슬레니짜(Масленица)'이다. 

로마 카톨릭교회의 카니발과 유사한 행사로, 동슬라브족의 오랜 문화와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혼합된 마슬레니짜는 러시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슬라브족 국가에 널리 퍼져 있는 봄 축제다.

긴 겨울이 끝나갈 무렵, 금식이 시작되는 사순절을 앞두고 슬라브인들은 기름지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준비해 먹고 술을 마시며 흥겹게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축제를 벌였다.

부활절을 기준으로 해마다 축제 시작일이 바뀌는데, 러시아정교회는  율리우스력(Julian Calendar)을 기준으로 삼음에 따라 사순절은 수요일(Ash Wendnesday)이 아닌 월요일(Clean Monday)에 시작된다.

따라서 사순절 일주일 전에 시작되는 마슬레니짜는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월요일에 시작해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마슬레니짜에 실컷 놀지 않으면 평생 불행하게 살고 비참하게 생을 마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인들에게 마슬레니짜는 중요한 축제다.

사순절 전 우유, 버터, 치즈 등을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이므로, 축제 내내 밀가루, 메밀가루, 계란에 버터를 듬뿍 넣은 팬케이크 블린(блин)을 푸짐하게 구워 가족, 친지 등과 나눠 먹는다.

축제 첫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눈과 얼음을 높다랗게 쌓아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서 눈싸움을 벌이거나 썰매를 타며 즐긴다. 또 고대 슬라브인의 원무(圓舞) 호로보드(хорово́д, Khorovod)를 추고 여럿이 함께 마을을 거닐면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는 굴랴니야(гулянья) 행사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편 마슬레니짜 첫날 아이와 어른들은 짚으로 인형을 만드는데, 이 지푸라기 인형의 이름 역시 ‘마슬레니짜’다. 옷을 입힌 인형들을 장대에 꽂아 눈 언덕에 세워두었다가 축제 마지막 날인 일요일 저녁에 불태우며 일주일간의 마슬레니짜 축제를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 비슷한 풍습과 러시아인들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슬라브인들의 라슬레니짜 현장을 영상으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