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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작가 인터뷰 2부

작품을 하는 건 ‘사명’ 때문... 사람이 쓰는게 아니라 ‘붓이 미쳐서 돌아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목표는 세계평화지도를 평양에서 펼치는 것

  • 정지수 기자 jisoo@newskorea.ne.kr
  • 입력 2023.03.08 16:08
  • 수정 2023.07.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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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 세계평화작가 ‘민초’ 한한국 작가는 세계평화지도를 총 26년, 9000일동안 제작하면서 최다 완성기록을 세웠다. 특히 유일한 ‘분단국가’ 작가가 한글로 평화지도를 그려 UN 22개국에 기증했기에 그 누구보다 세계평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기자: 작가님의 한 작품의 크기가 매우 크기도 하고, 슬좌자세로 계속 작품을 하시려면 무릎에 피가 계속 난다고 들었습니다. 긴 시간 작품 하기 위해 평정심과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작가: 특히 북한에 갔던 평화지도는 한지 크기가 총 7m로 총 5년이 걸렸습니다. 이 한지를 제작하는 데만 해도 수천만 원의 돈이 들고, 우리나라 장인들이 피와 땀을 흘려서 작업을 하셨죠. 그리고 그 한지에 1cm의 글자를 적어 내려갈 때 밑그림의 가로 세로줄을 못 칩니다. 한지는 지우게 될 경우 많이 벗겨지기 때문이죠. 지도를 그리기 전에 눈을 가리고 쓰는 훈련이나 포복 훈련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작업을 하려고 한지 위에 올라가면 많게는 6시간 7시간씩 버텨야 하고, 한 20년 동안은 하루에 2시간씩 밖에 못 잤어요. 

 

한반도 평화지도 @ 작가 제공
한반도 평화지도 @ 작가 제공

 

기자: 옆에서 보시는 사모님은 마음이 어떠신지.

아내: 저도 항상 피가 마르죠. 아침에 새벽기도를 가려고 일어나면 그때까지 작품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졌지만, 한때는 엉덩이를 들고 무릎을 꿇는 자세로 작품을 하다 보니 음식이 역류해서 조금만 많이 먹으면 다 게워 내요. 그래서 항상 소식을 하고 먹는 것도 그냥 마시는 것 정도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작가: 저는 한 번에 절대 한 자 이상은 욕심내지 않습니다. 특히 제일 첫 자를 쓸 때의 감을 잘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작품의 한지, 붓, 먹물의 농담 조절, 그리고 붓이 나아가는 속도를 처음 느낀 후 그것을 기억하면서 6만 자를 써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죠. 속도가 달라지면 글씨의 굵기가 변하고 금세 표시가 납니다. 
캄보디아 평화지도를 그리면서 캄보디아 역사에도 우리처럼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캄보디아 민주화 운동 한 사람들이 처참하게 사형 당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5.18 민주화 운동이나, 일제강점기 등 아픈 역사가 떠올라서, 한 자 한 자에 더 많은 마음을 담아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자 쓰는 게 너무 어려워요. 보통 일필휘지(一筆揮之)라고 하는데, 한지의 질감 때문에 정확하게 반듯한 글씨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글씨가 삐뚤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바늘에 먹물을 찍어서 100번 넘게 찍으며 한 획을 만듭니다. 

 

한한국 작가의 방에 걸려있는 붓들. @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한한국 작가의 방에 걸려있는 붓들. @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한한국 작가는 평화에 기여해 90차례가 넘는 수상을 했다.@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한한국 작가는 평화에 기여해 90차례가 넘는 수상을 했다.@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한한국 작가의 상 방.@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한한국 작가의 상 방.@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기자: 이렇게 힘든 작업인데도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요?


작가: 바로 ‘사명’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한국 외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힘들어도 다시 한지 위로 올라와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마음은 너무나도 힘들고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기에 저는 항상 다시 붓을 잡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10자가 200자가 되고, 200자가 2,000자가 되고 20,000자가 되어, 지금 이렇게 40개국까지 오게 됐습니다. 

아내: 맞아요. 제가 볼 때는 ‘사명’인 것 같아요. 한한국 작가가 작품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저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붓이 미쳐서 돌아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게 절대 아니고, 무릎에서 그렇게 피가 나는데도 또 작품 하러 올라가고, 심지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가니까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도 해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을까‘라는 말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다시 붓을 잡고 있는 거죠. 그때 한한국 작가는 항상 ’그저 내 오른팔을 빌려줬을 뿐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서 ’1cm의 염원‘ 혹은 ’1cm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기자: 미래 세대들이 평화를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작가: 대한민국의 인적자원은 전 세계 최고입니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각계각층에 인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 MZ세대들의 가능성이 무한한데, 각 분야에서 평화를 얘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평화를 표현하는 제자를 양성하려는 시도도 했었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작업 과정이 고통스럽고 인고가 필요하다 보니 제자 양성이 쉽지 않더라고요. 꼭 같은 활동이 아니더라도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분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평화는 반드시 희생이 따릅니다. 누군가가 희생해 평화를 알리면, 같이 더불어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 것도 중요하죠. 
그의 일환으로, 우리 집에 대안학교 학생과 위기 청소년 아이들 30여명 정도 견학 온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곳에 갔을 때는 집중 안해서 선생님이 고생하셨다고 들었는데, 제 작품 활동을 본 후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한한국 작가가 무릎을 꿇고 쓰는 그 모습을 실제로 보고, 따라 하도록 했거든요. 학생들이 “어떻게 작가님은 이걸 계속해오세요?"라며 물으며 눈물을 흘린 아이도 있어요. 감동인 것은, 아이들이 그렇게 깨우치고 나서 저금통을 털어서 현판을 하나 만들어줬다는 거예요. 그동안 본인들이 너무 막무가내로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편지도 동봉했더라고요. 인솔했던 선생님도, ‘제가 맡은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전했어요. 이렇게 제 활동으로 탈선했던 아이들이 많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습니다.

기자: 실제 아이들이 뉘우치고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셨겠습니다. 이것도 평화의 한 맥락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그리고 외국어 대학교 학생들도 제 작품으로 평화에 일조한 적이 있어요. 말레이시아 평화 지도를 엽서로 만들어서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전했더니, 이번에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그 엽서에 글을 써서 저에게 보냈어요. “한한국 작가님 응원합니다”, “평화가 세계적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등 한 자 한 자 눌러쓴 엽서를 보니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보내 온 엽서. 뒷면에는 한 작가의 말레이시아 평화지도가 그려져 있다. @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보내 온 엽서. 뒷면에는 한 작가의 말레이시아 평화지도가 그려져 있다. @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기자: 평화에 대해 외국에 나가계신 750만 재외동포 분들의 역할도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외국에 나가 살면 보이지 않는 설움이 있습니다. 2008년도에 뉴욕에서 전시했는데, 제가 그린 한반도 지도를 보시고 교민분들이 너무 기뻐하시고 우시는 분도 계셨어요. 한국은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형제애가 깊기 때문에 그 정신을 바탕으로 어느 나라에 가 계시더라도 한국인은 잘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한국을 잊지 않고 자긍심을 갖고 계신 재외 동포분들을 많이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누구보다 한국을 밖으로 많이 알리고 계신 분들이니까요. 제가 작품을 만들어서 해외로 가지고 나가면, 그곳 교민들이 느끼는 자긍심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기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작가: 궁극적으로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평화를 인정해야 합니다. 평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정치인들도 일단 만나서 서로 손을 잡으면 평화가 시작되는 겁니다. 대신 평화에는 조건이 있으면 안 됩니다. 제가 북한에 작품을 보낼 때 조건 하나도 없이 보냈어요. 대신 절차상 1원이라는 가격을 정해서 보냈더니, 북한에서 작품과 인수증을 저에게 줬습니다. 이렇게 조건이 없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이니 앞으로도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나아갈 겁니다. 무엇보다 한국을 많이 알리는 것이 세계 평화의 시작이 될 것이니까,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세계평화지도를 평양에 펼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 작품이 왕래할 때 육로를 이용하는 대기획 퍼포먼스를 꼭 하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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