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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난 보잘 것 없는 사람"...사카모토 류이치의 느지막한 회고

대중적 사랑 받으면서도 선구자적 음악가…亞 첫 아카데미 음악상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개정판…인생 여정 덤덤히 소개

  • 김현주 시민기자 hyunju@newskorea.ne.kr
  • 입력 2023.04.14 14:47
  • 수정 2023.09.2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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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0월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사카모토 류이치
지난 2009년 10월 28일 이탈리아 로마의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사카모토 류이치

 

(서울=뉴스코리아) 김현주 기자 =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사회활동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음악은 가히 한 시대에 태어나 시대를 정의했던 일본 사회의 삶의 조건이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고인에 대해 "일본 아티스트의 얼굴과 같은 존재"였다고 소개했다.

 

 

테크노팝의 선구자에서 아카데미상까지…찬란했던 45년간의 음악여생


사카모토 류이치가 떠난 후 일본 방송과 언론사는 일주일 내내 그를 애도하며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일 밤엔 일본방송 NHK가 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며 다시금 그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그는 1952년 출생으로, 출판사 편집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장서와 클래식LP즐겨 들으며 음악을 가까이했던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소년이였다.

이후 도쿄 예술대학 작곡과에 입학하여 음악가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다카하시 유키히로(高橋幸宏)와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해 앨범을 발표했다. YMO 활동은 5년간 이어졌다.

클래식 악기인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도 그의 음악은 선구자적이었다. 사카모토는 당대 최신 전자악기를 도입해 '테크노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쌓아 올렸다. 야후 더 페이지는 대히트를 기록한 테크노팝이 1980년대를 상징하는 사회현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가 참여한 영화 자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도, 음악 자체는 여러차레 대중 매체에서 재생되었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듣게 되면 '어 그거!'할만큼 은근 인지도가 있는 명곡들이다.

1983년, 처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명곡이 탄생했다. 사카모토가 조연으로 출연하고 음악을 담당한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주제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Merry Christmas Mr.Lawrence)다.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사카모토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작곡가로써 자신의 음악으로 삶의 흔적을 남긴 그는 화룡점정으로 영화 "마직막 황제"의 OST를 통해 오스카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테마곡을 맡기도 했다. 말 그대로 월드 클래스 뮤지션. 그는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와 같은 기존 틀을 초월하는 스타일로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나라는 인간은 부끄러운 사람"....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에서 박하게 자신을 평가

 

사카모토는 별세 전까지 두 번의 암과 싸웠다.  2021년, 그는 "이제부터, 나는 암과 함께 살아가게 됐다. 병세가 악화되기전에 더 많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한 그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2022년 12월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암마저 막을 수 없었던 사카모토의 창작열정은 이번해를 끝으로 크고 깊었던 삶을 끝마치고 먼 곳으로 향했다.

그는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그의 흔적이 위로해 줄 것이다. 바로  그의 회고록이 담긴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이다.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그가 지난 2007∼2009년 잡지 '엔진'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해 묶은 책이다.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은 사카모토가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며 고민과 사유를 풀어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나라는 인간은 혁명가도 아니고, 세계를 바꾼 것도 아니고 음악사에 기록될 만한 작품을 남긴 것도 아닌, 한마디로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겠다." 세계적 명성을 높인 작곡가임에도 류이치 자신을 한없이 박하게 평가하는 글이 많았다. 사카모토는 "그런 내가 '나는 음악가올시다'라고 잘난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것은 한마디로 내게 주어진 환경 덕분이었다"며 음악적 성과를 부모, 스승, 친구 등 주변에 돌렸다.

이 자서전은 사카모토가 암 진단을 받기 이전에 집필됐기에 그의 투병과 그 동안의 음악 활동은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2009년에 발매된 솔로 음반 '아웃 오브 노이즈'(Out of Noise)와 관련해 적어 내려간 해설을 보면 음악을 바라보는 거장다운 시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음악을 '인간 세계나 현재의 일과는 조금 동떨어진, 보다 먼 곳을 향하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가만가만 늘어놓고 찬찬히 바라본다'고 얘기한다.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진정한 예술가의 삶에 함께 존재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 적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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