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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기행 ①] 천지(天池)의 물은 샘물처럼 맑았다.

  • 장윤정 특파원 weeklykoreanz@newskorea.ne.kr
  • 입력 2021.06.12 10:45
  • 수정 2023.01.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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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뉴스코리아) 장윤정 특파원 = (편집자주: 뉴질랜드 교민 제임스 안(네이쳐코리아 대표)은 2019년 9월 10일~17일 한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다녀왔다. 안 대표는 뉴질랜드 국적으로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 신분이기에  한국에서 사진작가 겸 트레킹 전문가로 활동하는 로저 셰퍼드 등 7명과 함께 했다. 이 기행문은 2주마다 총 8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

 

제임스 안이 백두산 여행을 하며 직접 찍은 백두산 천지의 모습(사진제공 = 위클리코리아)
제임스 안이 백두산 여행을 하며 직접 찍은 백두산 천지의 모습(사진제공 = 위클리코리아)

 

■ 평양에서 삼지연으로
오전 10시 30분 평양공항을 출발한 고려항공(Air Koryo) 국내선 비행기는 12시 30분에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내다본 날씨는 맑았다. 사흘 동안 내내 마음을 졸였던 날씨였다.

한반도를 영향권에 둔 태풍 링링 때문에 일정이 일그러졌고, 그렇게 일그러진 마음을 우리 일행은 개성과 판문점, 평양 시내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으로 달래야 했다. 그나마 가는 곳마다 감회가 워낙 새롭고 정취가 아름다워서 잠시 일정에 대한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일기예보로는 날씨가 갤 것이라고 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장비를 챙기면서도 눈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하늘 위로 올라온 비행기에서 짙푸른 산하를 내려다보면서야 마음이 놓였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땅을 디디자 비로소 가을의 냄새와 빛깔이 물씬 풍겨왔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는 살갗처럼 익숙한 하늘빛이었고, 익숙한 바람이었다. 삼지연공항은 소박했다. 넓은 활주로 끝은 짙푸른 숲이었고, 숲 너머로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관제탑과 공항 청사는 어느 공항보다 깨끗했고, 사람들의 표정 또한 밝았다. 청사를 빠져나가자 현지 안내원들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정 동안 우리 일행이 타고 다닐 25인승 버스와 장비를 싣고 갈 SUV차량과 함께였다. 그러자 우리 일행의 숫자가 늘어났다.

집결지인 북경에서 출발할 때 우리 일행은 일곱 명이었다. 나를 포함한 뉴질랜드 국적의 교민 두 명, 유일한 여성인 죠와 플로이드, 노르웨이 사람 새더릭, 캐나다 사람 사이먼,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백두대간을 돌파하여 유명해진 로저 셰퍼드였다.

거기에 평양에서부터 함께 온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소속의 담당자 두 명, 현지의 안내원과 차량 기사들까지 당당한 대열이 되기에 충분했고, 든든한 마음마저 들었다.숙소로 오다가 혁명 기념비를 둘러보았다. 대리석으로 세운 웅장한 기념비와 깔끔한 보도블록으로 조성된 광장에는 북한사람들이 많았다.
 
■ 베개봉 호텔
베이스캠프인 베개봉 호텔에 도착했다. 젊은 직원들이 우리를 맞았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영어도 꽤 잘하는 편이었다. 유명한 관광지여서인지 로비에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백두산 당일 등정을 온 관광객들이거나 유니세프 등 단체에서 온 직원들이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백두산 트레킹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면서 부쩍 관심을 보였다. 관광객들을 맞는 직원들의 태도와 말투 또한 순박했다.

약간 오래되긴 했지만 시설이나 가구는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인용 방에는 침대 두 개와 티 테이블에 딸린 의자가 있었다. 대나무 돗자리가 깔린 바닥은 따뜻한 온돌이었다. 된장국과 감자볶음, 산나물 그리고 돼지고기볶음으로 차린 한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한 후, 호텔 주변을 산책했고, 저녁 식사를 했다.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정갈한 한식 차림이었다. 몇 가지 요리와 일반 소주, 그리고 도토리소주가 있었다.

고산지대의 특산품이라는 도토리소주는 50도가 넘는 독주였다. 달콤한 향이 나면서 씁쓸한 맛이 났다. 그리고 다들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구불구불한 길을 가야한다(사진제공 = 위클리코리아).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구불구불한 길을 가야한다(사진제공 = 위클리코리아).

 

■ 백두산으로
오전 9시, 우리 일행을 태운 승합차와 장비를 실은 지프는 백두산을 향해 출발했다. 빽빽한 숲 사이로 뚫린 도로를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백두산은 손에 잡힐 듯했다. 화창하고 맑은 가을 날씨였다.

숲길을 벗어나자 하늘을 배경으로 은회색 오르막이 완만하게 펼쳐져 있었다. 30여 분을 더 달려서 도착한 곳은 정상 바로 아래의 넓은 주차장이었다. 축구장 반의반 정도 넓이의 바닥에는 깨끗한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고, 둘레에는 난간이 쳐져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백두산 답사를 온 단체와 대학생들이 모여 서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있었고, 나이 듬직한 노인들도 섞여 있었다. 문득, 주차장이라기보다는 정상에 오르기 전에 마음가짐을 다시 하는 곳이라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한 도로를 걸어 올라가는 것과 전차처럼 생긴 삭도(케이블 웨이)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똑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비탈을 가로질러 걷기는 쉽지 않았다. 걷는다기보다는 기어간다는 말이 맞지 싶었다. 숨을 헐떡이면서 한참을 기었다고 여겼는데, 정상은 늘 눈앞에 있었다.

그렇다. 내가 지금 오르고자 하는 곳은 백두산에서도 정상이었다. 백두산이 어떤 곳이고, 그 정상에 무엇이 있는가. 쉽사리 정상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나는 무릎을 감싸 쥐고 다시 돌투성이 비탈을 기어올랐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단조롭게 보였는데, 일단 오르려고 하니 험하기 이를 데 없는 산세였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먼저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의 너머에서 한 줄기 빛이 솟구쳤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들과 함께 청청(淸淸)한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 계속            

글쓴이: 제임스 안(뉴질랜드 네이쳐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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