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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한 명 아닌가요?, 언론과 방송에서 남북한 언어 왜곡 수준 심각

  • 정지수 기자 jisoo@newskorea.ne.kr
  • 입력 2023.05.21 17:15
  • 수정 2023.06.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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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접한 북한의 말들은 우리말과는 달랐다. 외부와의 접촉이 없어 순수한 우리말이라 느껴졌지만, 동시에 거리감도 느껴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한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한민국과는 다른 북한의 어문 규정으로 인해 북한에서만 쓰이는 단어들이 등재되었다. 우리 민족 간의 언어적 동질성을 마련하고 남북 문화 교류를 추진할 것을 골자로 하는 ‘남북 문화 교류 지침’에 의해, 112억의 예산으로 국가에서 직접 편찬한 국어사전이다. 그러나 편찬된 북한 국어 문법의 자그마치 80%가 오류라는 제보가 기자에게 들어왔다.

 

한반도 지도@pixabay
한반도 지도@pixabay

 

 

함경도 출신 신형진(가명)씨는 취재진에게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기자님, 지금 MBC의 <통일전망대>의 ‘북한말 한마디’를 보고 있는데, 북한에서 누가 ‘알쓸이’라고 한답니까?“

4월 29일 방영된 <통일전망대> 1054회에는 북한의 ‘알쓸이’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알을 낳을 시기’라는 ‘산란기’를 북한에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함경도에서 40여 년을 살아왔던 신형진씨는 그의 고향에서 ‘알쓸이’는 들어본 적도 없고, 똑같이 ‘산란기’를 썼다고 한다. 공영방송 MBC에서 실제 북한의 언어생활과 동떨어진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자는 MBC <통일전망대> 최근 20회 여분의 북한 단어를 살펴보았다. 

1,049회에 따르면 ‘머쓱하다’를 북한에서는 ‘메사하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그러나 ‘메사하다’는 함경도 사투리로, 평양에서는 ‘머쓱하다’를 그대로 쓴다. 그렇다면 이것은 남한과 북한의 언어 차이가 아니라, 지역 간의 차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1,043회의 ‘썩살’은 ‘굳은살’을 뜻하는 북한 시골 사투리로, 대다수의 북한 사람은 ‘굳은살’을 그대로 쓴다. 그러나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모든 북한 국민이 ‘썩살’로 쓴다고 오해할 우려가 있다.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며 통일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MBC<통일전망대>의 프로그램 취지와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1,047회에서는 ‘뜸하다’의 북한식 단어 ‘줌즛하다’를 소개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북한에서 나고 살아온 제보자에 따르면, ‘줌즛하다’는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 표현이다. 모양이 완전히 다른 북한 단어는 대한민국 사람들로 하여금 북한 사람을 더 멀게 느껴지게 한다. 실제로는 북한에서 아예 사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042회의 ‘충동질’을 뜻한다는 ‘든장질’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 단어, 1,034회의 ‘살밭다(’가깝다‘를 뜻하는 북한 단어)’도 사용되지 않는 단어이다. 1,032회의 ‘오목샘’은 ‘보조개’를 뜻한다고 소개되지만 제보자는 고향에서 이 단어를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주장한다.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뉴스코리아 정지수 기자

 

세종대왕은 한 명이다.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서는 우리 민족이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해왔다. 같은 뿌리에서 생성된 남북한의 말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자의 변화를 겪어왔다.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남북한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형진(가명)씨는 대한민국에도 지역 간 사투리가 존재하듯이, 남북한 언어의 차이도 지역 사이의 차이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남북한은 ‘같은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언론과 방송은 남북 간의 존재하지 않는 차이조차 만들어내려 한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 제공은 대한민국 국민을 북한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무엇을 위해서 그들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걸까. 북한이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가 다르기에 대한민국과 북한은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기 위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언론과 방송은 북한 관련 방송에 대해 더 책임감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 사람들이 눈이 하나거나 코가 삐뚤어졌다거나 하는 외계 종족이 아닙니다. 같은 민족이란 말입니다.” -함경도 출신 신형진(가명)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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