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리아=인천) 이창호 기자 =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2025년 11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현대 대수기하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1세대 재미 수학자 임덕상(1928~1982)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임덕상 교수는 탁월한 학문적 성취로 세계 수학계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였으며, 한인 사회의 발전과 과학 인재 양성에도 헌신한 인물”이라며 “그의 업적이 재외동포 사회와 한국 과학계에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수학의 초석을 다진 1세대 수학자
1928년 개성에서 태어난 임덕상 교수는 1946년 서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했다.
광복과 한국전쟁의 격동기 속에서 개성여고 교사로 근무하며 학업을 병행해야 했던 그는 입학 8년 만인 1954년에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졸업 후 이화여고 교사로 재직하다 1955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수학 연구에 매진했다.
1957년, ‘유한군의 코호몰로지 이론에 관한 연구(An Axiomatic Approach to Cohomology Theory of Finite Groups)’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임 교수는 곧바로 콜럼비아대 조교수로 부임해 유한군 위 모듈 분류이론을 정립했다.
이 연구는 당대 수학자 카르탕(H. Cartan)과 아일렌베르크(S. Eilenberg)가 제시한 난제를 해결하며, **대수적 K-이론(Algebraic K-Theory)**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수학계가 인정한 ‘대수기하학의 개척자’
1965년 임 교수는 펜실베니아대학 첫 한국인 수학 교수로 임용되며 아이비리그 진입의 새 역사를 썼다.
그는 독창적인 공리론적 접근으로 대수기하학의 한 분야인 변형이론(Deformation Theory) 연구를 선도했으며, 프랑스의 전설적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디크(A. Grothendieck)**와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을 1972년 세미나 노트 SGA 7 Ⅰ(Groupes de Monodromie en Géométrie Algébrique)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후 슈프링거(Springer)의 Lecture Notes in Mathematics Vol.288으로 출판돼 현대 대수기하학의 고전으로 남았다.
당시 동료였던 오스카 골드먼(O. Goldman) 교수는 임 교수의 연구를 “미국 수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한국인 과학자의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인사회와 한국 수학계 발전에 헌신
임 교수는 학문뿐 아니라 재미한인 사회의 결속과 발전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제4대 필라델피아 한인회장(1974~1975년)과 서재필 박사 기념비 건립위원장을 맡아 지역 사회에 봉사했으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초대 본부평의원과 장학위원으로 활동하며 한인 과학자들의 교류를 이끌었다.
1976년에는 서울대의 초청으로 귀국해 2년간 대학원에서 대수기하학 강의를 진행, 후학 양성과 한국 수학 발전에 직접 기여했다.
1971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수학이 응용 중심에서 벗어나 본질적 연구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당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2년, 5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임 교수는 생전에 미국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 Transactions 편집인과 Annals of Algebra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일본 이와나미 수학사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그의 공적을 기려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추서했다.
재외동포청, 공헌 동포 발굴 사업 지속
재외동포청은 2025년부터 ‘이달의 재외동포’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과 재외동포 사회의 위상 제고에 기여한 인물을 매월 선정하고 있다.
올해에는 3월 김평진 전 재일제주개발협회장, 8월 소설가 이의경(필명 이미륵), 10월 서갑호 방림방적 회장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김경협 청장은 “임덕상 교수는 학문적 성취를 넘어 동포 사회의 모범적 리더였다”며 “그의 정신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과학도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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