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코리아) 허승규 기자 = 한옥에서는 자연과 삶이 공명해내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시간과 함께 무르익어 가는 계절의 아름다움과 집주인의 고매한 정신도 느낄 수 있지만, 여러 방면으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좋은 풍경과 기운은 금방 사그라진다.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은 2022년 문화재청 문화유산 협력팀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경제기업 대상의 사업 개발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022년 5월부터 11월까지 『전통가옥을 메타버스로 체험하는 컨텐츠 발굴 및 사업화』를 수행하였다.
2022년 10월, 사업의 첫 결과물로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고가옥길 27에 위치한 주천고택(조견당)을 메타버스로 구현했고, 현재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재청 지정 전통가옥(220개)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힘쓰고 있다.
한옥고택관리사 협동조합이 추진하는 『메타버스로 체험하는 한옥(韓屋) Time Machine』 사업은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외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IT기술을 활용하여 한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는 전국에 산재되고 사라져가는 고택 소개 및 홍보 고도화 작업이며, 집구조‧인물‧사건 등을 가상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종의 ‘디지털 헤리티지’ 사업이다.
『메타버스로 체험하는 한옥 Time Machine』 의 주요 특징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여 현재 남아있는 한옥 구조와 100~200년 전 한옥 구조를 비교해 볼 수 있고, 한옥을 안내해주는 아바타를 통해 한옥과 관련된 가문(문중)의 인물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종부·종손과의 대화나 문중 설명, 음식 만들기 체험 등이 가상공간에서 진행된다.
또한 현재 고택 소유자(65~80세)의 노령화으로 인해 한옥에 대해 직접 설명이 어려운 점과 한옥고택의 주요 투숙객들이 가족·2030여성·MZ세대인 점에 착안하여, 보다 친근한 이미지의 한옥동자 아바타가 해설사 역할을 수행한다.
메타 커머스(metacommerce. 가상공간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방식) 개념을 도입해 조견당 숙박을 예약할 수 있고, 조견당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수익창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온·오프라인에서 경험한 조견당의 변신은 그 어떤 호텔의 스위트 룸보다 멋지고 힙했다. 조견당은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우리만의 전통을 해석하고 현대적인 것과 조화를 이뤄야 진정한 멋이라는 것을 깨닫는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참고 : 조견당 (주천고택. 김종길 가옥) 소개]
‘김종길 가옥(이하 조견당)’은 1827년 순조 27년에 건립되었고, 팔작지붕 형식을 지닌 ‘ㄷ’자형 가옥이다. 조선시대 건립후 부엌과 대청 앞의 문이 새로이 설치되어 초기 모습에서 약간 변형되었으나 대체로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멀리서 바라 본 가옥의 잿빛 기와지붕은 물결처럼 이어지고, 샛바람이 강물결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가옥 내외부에 무성한 나무의 결따라 문중 집안의 이야기가 스며들고 어느 것 하나 견고할 따름이다.
과거 오지 중에 오지였던 강원도에는 오래된 기와집이 별로 없었다. 조견당과 같은 큰 기와집 한옥은 이래적으로, 조견당과 인접한 주천강 일대에 조성된 선착장이 있어서 한양으로 운반되던 여러 물건들로 인해 상업적으로 번성한 집이라 큰 기와집 한옥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
조견당은 건립 당시 3년 동안 목재를 구하고 6년여에 걸쳐 120여 칸으로 지어진 대저택이었다. 지금의 담장에서 동쪽으로 100m, 서쪽으로 50여m까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고 하니, 당시의 가세를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때 일본인들의 훼손과 더불어 6.25 전쟁 중 1.4 후퇴 때 국군과 인민군의 본부와 숙소로 사용되면서, 태극기와 인공기가 교대로 매달려 있어 폭격을 면치 못하고, 안채를 제외한 다른 건물들은 모두 소실되었다.
처음 조견당을 지을 때부터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먹을 것을 나눠 먹으며, 집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안채 대청마루 왼쪽에 걸린 ‘조견당(照見堂)’ 당호는 ‘세상의 진리가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 밝게 비추어 보아야 한다(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본다)’는 뜻으로 불교 경전의 하나인 <반야심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고택의 주인인 김주태 씨에 의하면 법흥사를 오가다 이 집에 머무른 한 스님이 주인의 부탁을 받고 당호를 지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단다.
대청마루에 큰 뒤주는 조견당에서 대대로 쌀을 담아두던 곳인데, 식구들보다도 밥 동냥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먼저 쌀을 내주던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는 아름다운 물건이다. 이처럼 조견당 옛 주인들은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고 한다.
대청마루에 걸터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면 굵직한 대들보가 눈에 들어온다. 이 대들보는 안채를 지을 당시 800년 된 소나무를 다듬어 올렸다고 하니, 이 집의 역사와 합치면 족히 1,000년은 된 셈이다.
조견당 안채 동쪽 지붕 합각에는 해가 조형돼 있고, 서쪽과 북쪽에는 달과 별이 각각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한다. 조견당 동쪽 벽에는 여타 다른 고택에서 보기 힘든 청황적백흑 오방색의 아름다운 화방벽(華芳壁)이 있다. 다섯 가지 색은 오행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는 모두 음양오행의 철학을 건축적 조형미로 구현한 것이다. 화방벽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불에 타지 아니하는 재료로 쌓아 올린 벽으로, 이러한 기능성에 시대 철학의 의미를 가미하였으니, 선조의 지혜와 멋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견당에서는 연 1회, 6월에 보릿고개 체험을 한다. 이야기는 200년 전에 영월 주천면에 자리잡은 조견당 옛 주인들이 해마다 5월과 6월 춘곤기가 시작되면 마을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그 전통이 현재에도 이어져 6월이 되면 조견당 종부님이 많은 음식을 차려 손님을 맞이하면서 축제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이웃을 위해 곳간과 뒤주를 열어주고 마을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 했던 고택들이 여러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그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는 곳은 조견당 뿐이라고 한다.
새로 복원된 사랑채인 '효성재'는 ‘샛별 같은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장소’이길 바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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