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코리아) 전경애 칼럼리스트 = 문명의 발달은 불과 30년 사이에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평균수명도 길어져 과거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한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진화를 살펴보면 150년 전쯤만 하더라도 평균수명은 고작 30세였다. 그 시절엔 영유아의 사망률이 높아 출생신고를 몇 년 뒤로 미루기도 했다. 천연두나 홍역, 이질과 설사 등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들이 오랜 기간 동안 인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이런 사망원인이 규명되고 페니실린의 개발과 의학의 발전이 인간 수명을 연장시켜 놓았다.
인류는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새 기술에 맞춰 사회 변화를 획기적으로 이뤘다. 지금은 무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듯이 이런 흐름에 정부·기업·학계가 지혜롭게 대처하였으면 좋겠다.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준비를 미리 하지 않는다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음을 인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삶의 질(quality)이 보장된다면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100년의 인생이 무조건 반가울 수는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숨만 쉰다고 살아지는 세상이 아니기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무료하고 지루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도 소득이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수명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나아졌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고 해도 후배 세대들과 직업을 놓고 벌이는 전투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계획하고 대비해서 변수가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의 예측 확률을 높이는 것뿐이다. 노후 역시 계획과 준비가 부족하다면 긍정적인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 즉 불안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알려진 유럽식의 복지나 사회안전망을 희망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적고, 그나마 돈을 버는 기간도 짧은 구조다. 이렇듯 당장 눈앞에 있는 걱정거리들 때문에 당장은 손을 쓸 수 없지만, 노후 불안은 항상 마음속 한편에 머물러 있기 마련이다. 생로병사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 삶의 단계이니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재앙
노년의 삶이 의미 있으려면 생애설계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다. 연장되는 노후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지난 20~30년 동안 학계, 개별 국가 및 국제사회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해 왔다. 노후 삶에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으면 그만이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하고 활기차게 지내더라도 진정한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의 여정이 점점 지루하고 허무해질 것이다.
재정적으로 미흡한 은퇴는 노후 빈곤과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것이고, 활력 없는 은퇴 생활은 보람과 의미 없는 삶으로 이어져 자칫 우울감에 빠질 수 있는 우려가 너무나 크다. 건강하지 않은 수명 연장은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이유일 것이다. 전통적인 일과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생 전반에 걸쳐서 변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100세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재정 문제나 노후를 위한 준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100세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100세가 넘어서도 상당 기간을 살아간다. 미국의 경우 2014년 말 현재 센티 내리언 사망률은 6년 사이에 여성은 14%, 남성은 20%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100만 시간을 넘게 사는, 이른바 ‘수명 백만장자’(longevity millionaire)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일부에선 수명의 한계가 이미 깨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료기술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기대수명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구글은 2013년 캘리코(Calico)라는 바이오회사를 설립해 수명을 500세로 연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생존해 있는 110세 이상 슈퍼 센티 내리언은 확인된 사람만 48명에 이른다. 장수 백만장자 후보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고 무엇보다 100세 시대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이기도 하고 우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행의 한순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남은 여행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태도와 시야를 갖추어야 될 것이다.
데뷔작으로 전 유럽 서점가를 강타한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오나 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보면 100세 생일에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한 주인공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손에 넣고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도망 길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노인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코믹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냈고 우리가 맞이할 다가올 세상에 대한 준비도 건강하고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백세 시대를 입증하며 현역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사례를 소개해 본다.
정재원(1917~2017) 정 식품 명예회장
1917년생인 정재원 정 식품 명예회장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령 경영자였다. 국내 최초로 두유 ‘베지밀’을 개발·보급한 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작고 하실 때까지 제품 연구 및 저작활동을 지속했으며 분기마다 청주공장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제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제품 아이디어를 전할 정도였다.
과거 그는 전문 경영자가 아니라 평범한 소아과 의사였다. 모유와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 성분을 소화 못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연구를 거듭한 결과, 유당이 없으면서도 3대 영양소가 고루 함유된 콩을 이용해 대용식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베지밀’이다. 평생 배움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90세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2010년(93세)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대두 학회’에 참석해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윤경(1921~2021) 성애·광명 의료재단 이사장
96세에도 이미 김윤경 성애·광명 의료재단 이사장은 국내 의료계의 최고령 경영인이었다. 1968년 영등포구 신길동에 성애 의원을 개원한 그는 42년이 지난 지금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성애병원, 광명성애병원)의 의료재단 이사장이 되었고 특히 평생 일군 성애·광명 병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해 큰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그는 사회복지 재단인 윤혜 복지 재단을 설립해 극빈자들에게 의료비 지원 및 몽골 환자 진료비 지원 등의 선행도 지속적으로 펼치었다. “한 사람의 의사로서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김 이사장의 이웃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인 그는 탈북자 진료에도 적극적이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성애병원이 보훈환자 지정병원으로 지정될 당시 25만 명이 넘는 보훈환자를 진료했기에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김 이사장은 지난 2010년 최고 훈격에 해당하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고 무궁 화장까지 그가 수상한 훈장만 3개(1999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1년 수교훈장 흥인장)째이다. 무엇보다 그의 건강장수 비결과 생활신조는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 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정소파(1912~2013) 시조시인, 경력 80년, 100세 작가
숨이 멎는 그날까지 계속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100세 작가 정소파 시인은 우리나라 최고령 시조시인이었다. 17세 때 등단했으니 활동 경력만도 80년이 넘는다. 그에게 시조 창작은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라 고요한 새벽녘, 시 한 편을 짓는 것이 그에게는 성스러운 종교의식과도 같았다고 한다.
시를 쓸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정 시인은 10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열혈 문학청년’ 같았고 당시 시조의 명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지역 문인들과 ‘호남 시조문학회’를 설립하고 활동을 이어 갔었다. 100세 시인의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문학에의 열정만큼은, 젊지만 무기력하기만 한 후세에 따끔한 회초리가 아닐까 한다. 그 밖에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방송인 송해(95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102세) 등 많은 분들이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도 현역에서 그분들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20여 년 먼저 진행된 미국에서 100세에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두 명의 주인공 중 첫 번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 '리벳공 로지 국립역사 공원' 관리원으로 활동 중인 도스킨 할머니인데 '리벳공 로지'는 2차대전 때 전쟁에 투입된 남성을 대신해 공장에서 군수물자를 생산한 여성들을 말한다. 그 나이에도 국립공원에서 관리원으로 일하는 도스킨 할머니의 열정적인 노력은 미국 전역에 알려져 2015년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초청받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두 번째 사례는 101세에도 랍스터 잡이를 하는 버지니아 올리버 할머니인데 78살의 아들과 함께 랍스터를 잡고 있다. 아들 막스 씨는 "어머니의 체력과 직업의식은 정말 훌륭하다"라며 "때때로 어머니가 잔소리해 힘들 때도 있지만, 어머니는 나의 상사"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주로 잡아 올린 랍스터의 무게와 크기 등을 재고 랍스터 집게에 밴드를 묶는 일을 하고 있으며 크기가 작은 랍스터를 확인해 바다에 풀어주는 것도 할머니의 중요한 업무이다
할머니의 이름을 딴 '버지니아호'는 올해도 랍스터 수확 철인 11월까지는 매일같이 메인주 해안을 누빌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이야기를 접하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 수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인생의 건강한 모험을 즐기는 100세 노인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길 기대하게 된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현실적 조언
1. 노후 생활을 시뮬레이션 해보자
모든 게 생각과는 다른 것이이므로 변화를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면 현재의 삶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 알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전화기도 끄고 TV만 보면서 지내보자
2. 재테크가 아닌 재무 설계를 하자
은퇴 전부터 지출에 대한 결정을 재무 설계에 따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재무 설계는 은퇴 후의 시기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이때, 은퇴 후의 생활비를 잘못 계산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보통 은퇴 후에 생활비를 덜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재테크에 대한 감이 떨어지므로 어딘가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기대를 하는 대신 지키는 전략으로 가자.
3. 자녀 리스크를 줄이자
안락한 노후를 원한다면 자녀에 대한 지원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비와 결혼 비용 지원의 한계를 두고 합리적인 선에서 정리해라.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자식에게 투자하지 말자.
4. 집을 넓히지 마라
더 좋은 집을 위해 쓸데없이 대출을 받거나, 여윳돈을 모조리 집에 털어 넣지 말라. 집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면 줄일수록 충분한 재정으로 은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5. 건강관리에 신경 써라
한국인 100만 명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수명이 3년 늘어나면 한평생 질병을 앓는 기간은 7~8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의 마지막 기간에서 남성은 5.4년, 여성은 5.9년을 질병으로 고통받다가 떠난다.
6. 현재의 인맥에게 잘하라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과 무관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직장 동료와 취미 활동을 같이할 수도 있고, 관심 분야의 종사자들을 따로 만나거나 동호회 활동을 하며 인맥을 만드는 것도 좋다.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체크해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길 권한다. 온라인으로만 활동하기보다는 얼굴을 마주하고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자.
7. 커스터마이징을 유념하라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주문생산)은 어떤 것을 용도와 상황에 맞게 변경해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조업계 용어다. 은퇴 전 최대 30년 이상을 맞춰 살아왔던 시스템을 한순간에 버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은퇴 전부터 자신의 능력과 경력이 어느 정도 활용 가능한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8. 미리 새로운 경력을 쌓아라
같은 업종이 아니라도 유사한 업종에서 어느 정도 수련 과정을 거쳐야 창업할 경우 수많은 시행착오를 덜 겪는다.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봉사 활동이든 아르바이트든 도전해 보자. 수입의 크고 작음을, 대우를 따지지 말고 자신다움을 잃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오케이. 정신적 부담도 줄고 현장 감각도 계속 살릴 수 있다. 어떤 분야든 현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면 당신은 은퇴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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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얻게된다. 당신은 새로 얻은 시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3단계의 삶이 갖는 제약에서 벗어난다면 더욱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살아갈 진정한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양한 경력을 쌓을 수 있고 휴식과 과도기가 있는 다단계의 삶인것이다. 이렇게 삶의 단계가 많아지면 각 단계 사이의 과도기도 더 많아지는데, 삶의 경험치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므로 길어진 인생에서 매우 귀한시간이므로 내인생의 열린 결말을 잘 마무리 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 [백세시대 생애설계] 오영수, 이수영, 전용인, 신재욱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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