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리아=뉴욕) 정수현 특파원 = 현지 시간 지난 7일, 뉴욕 맨해튼의 빌딩숲은 갈색 연기로 뒤덮였다. 뉴욕의 유명한 스카이라인도 형체 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전부터 뿌옇던 미국의 하늘은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전세계 주요 도시 중 '최악의 공기질' 1위를 기록했다. 뉴욕시의 공기질 지수(AQI)는 최고 400을 돌파했으며 이 수치는 최대 500까지 측정하는 AQI에서 통상 100 이상이면 숨쉴 때 건강에 좋지 않은 수치, 300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기상청(NWS)의 기상학자 마이크 하디먼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마치 화성을 보는 것 같다"며 "대기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뉴욕의 하늘이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노란 빛을 넘어 갈색 빛을 띈 것은 지난달부터 캐나다 동부 퀘벡주(州)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수 백 곳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미국 동부까지 연기가 밀려온 탓이다.
뉴욕 공기가 뉴델리 수준으로 악화된 탓에 코로나 이후 일상생활을 누리던 뉴욕커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거리의 사람들은 다시 마스크를 꺼내들었고, 재택 근무를 다시 시작하는 직장인들이 생겨났다. 이에 뉴욕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주변 환경과 분위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크리스티나 /재택근무자]
공기 질 오염으로 뉴욕이 노랗게 변했어요. 첫날,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변하기 전 날부터 대기질 경보가 뜨긴 했지만, 색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따로 하지 않은 채 출근했었어요.
하지만 오후부터 한국에서의 황사와 같이 옅은 노란 빛을 띄기 시작했으며, 무서운 속도로 갈색 빛의 색으로 뉴욕이 변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각종 소셜미디어에 노랗게 변한 뉴욕의 사진을 올리고는 했습니다. 사진만 봐도 정말 무서웠죠.
공기가 좋지 않음이 실제적으로도 느껴졌나요.
신체적으로는 창문을 다 닫고 있었음에도 기침이 나왔고 주변에서도 기침 소리가 많이 들렸어요.
회사 내부에서는 조기 퇴근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지만, 회사 대표님이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고 계셔 불가피하게 정시 퇴근을 했었습니다.
퇴근 시 아침과는 다르게 팬데믹 때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8일) 재택 근무를 하셨다고요. 회사에서 특별한 권고사항이 있었나요.
NYC 시장실에서 대기질 건강 주의보를 발령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자료를 보내주시면서 모든 직원이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할 것을 지시받았습니다.
재택 근무 이후에는 평소처럼 다시 회사로 출근하셨나요.
크리스티나: 공기질이 안좋았던 7일 이후 이틀 정도가 더 지난 후라 전보다 대기질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고, 하늘색도 평소처럼 돌아왔기 때문에 평소처럼 출근했습니다.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첫날과 둘째날에 비해 적어졌고, 사무실에서 또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아 당분간 공기질에 대한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금방 대기질이 괜찮아졌기 때문에 다시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으며 특별히 위생과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을 보진 못했습니다.
[소피아 /사무실 근무자]
점심 시간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어요. 이 때 회사 분위기는 어땠나요.
일하면서 문득 본 회사 밖을 바라보는데 노랗게 변해버린 모습에 놀랐어요. 동료들의 모든 시선이 모니터에서 회사 창 밖으로 돌리며 웅성거리는 모습에 분위기는 저절로 심각해졌죠. 회사 내에서는 당장 마스크가 없어 집에 갈 걱정을 하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기 시작했고, 내일(8일) 출근은 할 수 있을 지 다들 걱정이었죠.
여전히 공기가 안좋은 8일에도 출근은 했다고 들었어요. 직장 내 별다른 권고사항은 없었는지요.
재택에 관련한 아무런 공고가 없어서 평소처럼 출근은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 몇 동료들은 미리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신청해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평소보다는 한적하고 조용했습니다.
출퇴근길의 변화 또한 있었나요.
확실히 평소보다는 길거리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저 또한 보통은 마스크를 쓰지 않지만 어제와 오늘은 일반 마스크가 아닌 방역 마스크를 썼고요. 더불어, 평소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대부분이 회사 밖에서 점심을 먹거나 픽업을 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회사에서 밖에 나가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점심을 제공해주었어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뉴욕의 공기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일상생활에 달라질 점을 예상해본다면요.
이곳은 공원을 비롯한 공공장소가 많아요. 외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산불로 인한 연기가 모두 걷힐 때 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퇴근 후 혹은 매 주말마다 편하게 돌아다니기는 꺼려하는 상황이니까요. 저는 호흡기 기관이 약한 편이라 한동안은 마스크도 계속 쓰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두 명을 인터뷰 해 본 결과, 갈색 연기로 뒤덮인 미국 내 몇몇 지역에서는 한동안 활기찬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한편,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7일 "대기질 악화가 '비상사태' 수준"이라며 무료 마스크 100만장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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