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네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프랑스, 몽골 등을 자유롭게 여행했던 신짜오 여행작가의 여행기를 본지 베트남 특파원인 이웅연 기자와 작가와 협의로 연재를 시작 합니다.)
(뉴스코리아=호치민) 이웅연 특파원 = 반대 방향 골짜기에 레드 자오(Red DZao)족 마을이 있다.
레드 자오족 여자는 머리에 빨간 두건을 쓰며, 몽족과는 다른 소수민족으로, 레드 자오족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머문 적이 있었다.
민박집은 간선 도로에서 산길을 따라 20여분 걸어 올라가는 산속에 있다.
오후에 도착한 민박집에는 학교에서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 여자 아이 혼자만이 있었다.
부모는 밭에서 일이 끝나지 않았는지 귀가가 늦다.
부모는 어둑해진 저녁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고 바깥주인은 장을 보러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나가고 안주인은 부엌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
장을 보고 온 남자주인 손에 들린 검정 비닐 봉투 속에는 두부 한모, 돼지고기 반근, 토마토 몇 알과 약간의 야채들이 들어 있다.
저녁 찬거리 재료가 도착하자 부엌이 분주해진다.
부엌은 희미한 조명이 켜져 있는 흙바닥이다.
부엌 중앙에는 철근을 용접해 만든 거치대에 냄비를 올려놓고 마른 삭정이에 불을 지펴 요리하는 것이 조리시설의 전부이다.
부엌 세간살이는 밑바닥이 새까맣게 그을린 냄비 2개와 낡은 후라이펜, 문 없는 찬장에 식기 몇 벌과 밥이 될 것 같지 않는 낡은 전기밥솥, 간장 한 병과 비닐 포장에 들어 있는 소금, 조미료 한 봉지가 전부다.
부엌살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 냄새를 맡은 강아지, 병아리, 고양이가 들어와 부엌이 동물농장으로 변한다.
저녁은 8시가 넘어서야 준비되었고 식구들과 함께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독한 전통주도 몇 잔을 마신다.
이곳도 큰 나무 몽족 민박집처럼 아무 것도 없고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이다. 더군다나 산속이라 어둠과 하늘에 별들이 전부다.
산속 레드 자오족과 하룻밤은 모든 시설이 열약하지만 그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음식은 진수성찬 못지않게 맛있고, 볼품없는 나무 침대지만 여느 호텔 침대 못지않게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짧은 시간을 함께 있었지만 그들은 옴나위(꼼짝할 만큼의 작은 움직임) 없는 애옥살이(가난한 살림을 말하는 북한 말)에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새벽에 수탉이 훼치는 합창소리와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지만 마음은 잔잔하였다.
사파는 산악 고산지대로 평지가 부족해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층층이 좁고 작은 다랑논을 만들었고 물이 부족해 빗물에 의지해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하늘바라기 다랑논으로 일모작 농사를 짓는다.
사파의 농작물은 하늘이 심고 하늘이 거둔다.
여행객은 상당한 규모의 다랑논에서 많은 수확량을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논들은 산비탈과 골짜기에 개간되어 실질적인 경작 면적은 생각처럼 넓지 않고 일모작으로 수확량이 많지 않아 현재도 식량 자급자족은 원활하지 않다.
나도 몇 차례는 대규모 다랑논을 보고서 규모와 장관에 탄성을 자아내며 많은 사진을 담곤 했지만 방문 횟수가 늘면서 바라보는 시선과 느낌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다랑논은 수백 년을 거쳐 만들어진 식량을 생산하는 유일한 농토이고, 열악한 농기구와 맨손으로 산을 깎고 돌을 치워가며 수많은 땀과 눈물이 땅속에 스며든 처절한 삶의 역사가 녹아있는 생존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다랑논은 그들의 흔적을 지구 표면에 새겨 놓은 삶의 기록이자 살아있는 조각이었다. 마치 반구대 암각화처럼.
To be continued...
신짜오 여행 작가의 사파를 위한 습작 NO.5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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