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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유럽 감각 수집기 ①》 파리 메종 오브제에서 수집한 감각들

- 2024년 9월 파리에서 열린 Maison&Objet 감각 수집기

  • 장현아 특파원 newsjebo@newskorea.ne.kr
  • 입력 2025.05.03 14:09
  • 수정 2025.05.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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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기획 연재] 유럽 감각 수집기

 

2024년 하반기, 뉴스코리아 파리 특파원 장현아 기자는 유럽 주요 도시를 취재하며 디자인, 예술, 그리고 일상 문화 속에서 포착한 감각들을 기록했습니다.

 

도시의 구조와 문화를 읽기 위해, 기자는 공기와 질감, 색채, 생활 방식 같은 감각적 단서들을 관찰해 보았으며, 이번 연재 〈유럽 감각 수집기〉는 이 취재 여정을 바탕으로, 유럽 문화와 디자인의 흐름을 현장 중심으로 전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파리 메종 오브제를 시작으로 프랑스 각지, 코펜하겐, 베를린 등 다양한 도시의 장면과 공간을 통해 삶과 예술의 방식을 들여다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2024년 9월, 파리 북부 빌팽트(Parc des Expositions de Villepinte)  전시장에서 열린 메종 오브제에서 시작합니다.

 

메종 오브제 입구. 위치는 파리 북부 빌팽트 (Parc des Expositions de Villepinte)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메종 오브제 입구. 위치는 파리 북부 빌팽트 (Parc des Expositions de Villepinte)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파리를 디자인으로 채우다 – ‘메종 오브제(Maison&Objet)’

 

@메종 오브제(Maison&Objet) 공식 사이트
@메종 오브제(Maison&Objet) 공식 사이트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두 차례(1월과 9월) 열리는 메종 오브제(Maison&Objet)는 전 세계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산업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박람회 중 하나이다.

 

(뉴스코리아=파리) 장현아 특파원 = 전시장에는 가구, 조명, 홈 데코, 향, 식기류, 웰빙 제품 등 일상 공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참가한다.

또한 매년 9월, 파리 전역에서 열리는 디자인 축제 ‘파리 디자인 위크’와 연계돼, 볼거리와 전시 규모 면에서 더욱 확장된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9월은 디자인 위크에 시즌에 맞춰 메종 오브제 박람회를 방문할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메종 오브제는 바이어들과 판매자들의 만남 뿐만이 아니라 디자인의 흐름과 라이프스타일의 미래를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매 시즌 주제를 정해 트렌드를 소개하고, 올해의 디자이너 선정과 기획 전시,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2024년 메종 오브제(Maison&Objet) 행사의 테마는 ‘TERRA COSMOS(테라 코스모스)’로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일상 너머를 꿈꾸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테마라고 한다.

약 2,500개 브랜드가 참가했고, 8만 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가 박람회를 찾았다고 한다. 

 

쓸모와 아름다움이 만나는 지점에서

 

메종 오브제 전경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메종 오브제 전경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덴마크의 브랜드 @Specktrum_dk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덴마크의 브랜드 @Specktrum_dk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메종 오브제가 중요한 행사로 여겨지는 건, 아마도 대중성과 실험성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즉 '쓸모와 아름다움이 만나는 축제' 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바이어들에게 어필할 만한 실용적인 제품들부터, 독립 디자이너들의 실험적인 작업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특히 소규모 브랜드나 B2B 중심의 제품들은 시중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런 행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희귀한 디자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메종 오브제는 한정된 시간 안에 다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방대했다. 인테리어, 웨딩, 식기, 소품 등으로 건물마다 섹션이 나뉘어 있었고, 규모는 한국의 코엑스나 세텍의 4~5 배수라고 느껴질 만큼 훨씬 컸다.

전시장 안은 바이어들과 관람객들로 붐볐고, 간간이 휴식 부스가 있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눈에 띈 것은 유리 코너에서 발견한 HIZOGA라는 로컬 유리 공예 브랜드였다.

그들은 지역 전통 기법과 현대적인 유리 블로잉 기술을 결합해, 와인잔과 물컵 등 정교한 유리 제품을 만든다고 설명해 주었다.

기능보다는 아름다움과 품질, 그리고 사용하는 경험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정말 그들의 설명에 걸맞게, 제품은 마치 하나의 작품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로컬 유리 공예 브랜드 HIZOGA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로컬 유리 공예 브랜드 HIZOGA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실용성의 측면에서 눈에 띈 부스는 , 잡화들이 모여 있는 부스에서 발견한 중국 브랜드 waarchi의 A Tower Bag이었다. 

처음엔 일본 브랜드인가 싶어 머뭇거리자, 디자이너는 손을 흔들며 먼저 말을 건넸다. 

가방 외형은 탑(tower) 형태로 세워진 구조를 갖고 있었고, 다채로운 나파 가죽(nappa leather)을 사용해 시각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표면에는 장난감처럼 회전할 수 있는 작은 공이 장식돼 있었는데, 디자이너는 이를 "지루한 농담처럼 생긴 플럭 ”이 라고 표현했다. 이 요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손으로 만지고 돌리며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 참여 장치였다. 

전체적으로 디자인과 놀이, 실용성과 조형 실험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의도적으로 유지하며, 그 의미와 가치는 “이해하고 느끼는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태도가 인상깊었다. 

 

중국의 브랜드 WAARCHI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중국의 브랜드 WAARCHI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정확히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보다, 그걸 어떻게 느끼느냐를 사용자에게 맡긴다는 태도를 듣고 나니, 실용성과 개념을 묘하게 버무리는 중국 디자인의 힘이 느껴졌다. 

이외에도 전통적인 회화부터 시작해 칼 모양의 귀걸이 등 다양한 실험적이고 아름다운 제품들과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중국 브랜드 waarchi의 A Tower Bag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중국 브랜드 waarchi의 A Tower Bag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흥미로운 디자인 사이 마주한 한국 브랜드들

낯선 언어와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들 속에서, 문득 익숙한 리듬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부스였다.

그들은 처음엔 내가 한국인인지 몰라 조심스레 말을 걸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모두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준비해온 제품을 차분하게, 자부심을 담아 설명해주었다. 

 

한국 브랜드 부스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한국 브랜드 부스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부스들을 둘러보다 보니, 흥미로운 회사들을 발견했다.

먼저 설랩(Seollab). 그들은 한국의 온천수 가루로 만든 커피믹스, 분유, 티백 형태의 제품들을 소개하며 낯선 도시에서 자신들의 ‘기후’를 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을 전했다. 

수제 기반 식물 공예품을 만드는 스튜디오 피스오브타임(Piece of Time) 의 부스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202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공예 브랜드는 이미 MoMA와 두바이 박물관에 입점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가구이자 오브제, 조립 구조와 수작업의 결합이다.

더 많은 제품을 수출하고 싶은 물리적 생산 한계에 대한 고민은 여전했지만, 그 너머에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태도가 인상깊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책임이에요.”라는 한 문장은, 그가 이 일을 왜 하는지를 단단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노기(Noogi)의 디자이너는 의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도 사람의 키, 몸무게, 체형에 따라 조절 가능한 구조를 가진—한 사람을 위한—의자였다.

유럽 진출을 위해 3년째 제품을 다듬고 있다는 그는, ‘기능’이 곧 ‘배려’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직접 의자에 앉아보라고 권하며 자세에 따라 얼마나 편안한지 직접 설명해주기까지 했는데, 설명으로 듣는 것과 실제 앉아 보았을 때 체험이 '정말 편안하다'고 와닿았기에 인상깊은 경험이었다. 

버금메이킹의 경우 상당히 한국적인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한국적인 것들을 무겁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 유니크하게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디엘스(DLS). 

다회용 마스크에서 출발해, 지금은 가방과 소품, 심지어 가구까지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한다.

‘net(순수한)’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한 네트백 시리즈는,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고 진짜 필요한 것을 담겠다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능성보다, 쓰는 사람에게 남는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그들은 말했다.

낯선 무대에서 자부심있게, 혹은 긴장된 모습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설명하는 그들에게서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국의 디자인이 더욱 주목받기를 마음 속으로 응원해보았다. 

 

디자인이 보여주는 감각의 가능성 

 

메종 오브제 전시장 한 켠에서 발견한 동양풍의 방석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메종 오브제 전시장 한 켠에서 발견한 동양풍의 방석 @뉴스코리아 장현아 특파원

 

 3시간 가량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메종 오브제 전시장 한 켠에서 동양풍 패턴의 방석을 발견했다.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뭉쳤지만 다시 보니 곳곳에 놓인 오브제들이 하나의 예술 작품 오브제로 보이기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 모든 제품과 디자이너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잠깐이라도 세계의 디자인에 대한 수요와 상업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세계가 디자인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자는 기존에 미술관이나 전시회에서만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상업적인 측면이 강한 박람회에서도 색다른 영감과 감각적 전환성을 얻을 수 있는 현장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도 메종 오브제가 제시할 디자인의 미래와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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