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뉴스코리아) 최신 특파원 = 10년 전만 해도 케이팝이 빌보드 차트 정상을 밟으리라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빌보드 챠트에 진입하면서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뒤, BTS의 성공으로 지금은 모든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여기 케이팝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 필리핀의 다섯 청년이 있다.
"필리핀 출신이 어떻게 케이팝을 할수 있느냐?", "케이팝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도전은 처음부터 비웃음만 샀다. 케이팝이 부상할 때조차, 동남아시아는 영원한 팝의 변방이라고, 소비국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케이팝 그룹도 구성원중에 베트남, 필리핀, 중국, 일본, 태국인등 외국인 멤버들이 다수가 포함되었고, 그들 또한 케이팝으로 인정 받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 케이팝을 만드는 제작사의 막대한 투자금이. 일본,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는것이 현실이고, 심하게는 그 제작회사의 오너까지 외국인인 경우도 상당하다.
“필리핀 신화 속 괴물인 '마나낭갈'은 자신의 신체를 분리합니다. 상반신이 하늘을 날 때도 하체는 땅을 딛죠. 저희 노래 중 ‘Mana’가 그에 관한 곡입니다. 저희도 '마나낭갈'처럼 늘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것을 다짐합니다.”(파블로)
필리핀 그룹 SB19(파블로, 조시, 스텔, 켄, 저스틴)은, 동남아 음악계 태풍의 눈이다. ‘피팝(P-pop·필리핀 팝)의 선구자’를 자처한 이들의 손에 동남아 팝의 역사가 새로 쓰인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 아리아나 그란데 등과 ‘톱 소셜 아티스트’ 후보에 올랐다. 이 시상식에서 동남아 가수가 후보에 오른 것은 최초다. 지난달엔 빌보드 ‘핫 트렌딩 송스’ 차트에서 신곡 ‘Bazinga’로 7주간 1위에 오르며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가진 최장기 정상 기록을 잠시 꺾었다.
“빅뱅과 소녀시대의 팬으로 시작해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듣고 ‘Danger’의 춤을 따라하며 연습했습니다.”(파블로)
2018년 데뷔한 SB19은 케이팝 노하우와 필리핀 인적 자원의 결합이다. 한국 연예기획사 쇼비티가 필리핀에 진출해 현지 인재를 뽑아 훈련시켰다. 그룹명의 ‘19’은 한국(82)과 필리핀(63)의 국제전화 국가번호의 각 자리 숫자를 더한 숫자. ‘SB’는 피팝 사운드의 한계를 깬다(‘Sound Break’)는 포부를 담고 있다.
사실 이들은 꿈만 같을 뿐 다섯 명의 출발은 제각각이었다. 성격, 음악 취향, 성장배경은 물론이고 출신지도 민다나오섬의 카가얀데오로부터 마닐라 인근 말라본까지 다양하기까지 하다.
“다른 섬에서 와 각자의 방언을 쓰던 저희는 연습생 신분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겹게도 다퉜죠. 이젠 다섯 개성이 색깔처럼 조화를 이뤄 SB19의 음악 세계를 만듭니다.”(파블로)
래퍼이자 리더인 파블로가 작사 작곡을 한다. 멤버 전원이 함께 안무와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만들어간다.
“4년 가까운 훈련 기간, 데뷔 초기까지도 저희는 주변의 수많은 의구심과 악성 댓글에 시달렸습니다. 친구들처럼 고교 졸업 후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했죠. 때로 돈이 없어 길에서 자고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서로 신뢰하며 허황돼 보이는 꿈을 향해 달렸습니다.”(조시)
결국 드라마를 써냈다. 최근 필리핀에는 SB19을 롤모델로 한 그룹이 잇따라 출현한다. 다섯 청년이 꿈에만 그린 ‘피팝 월드’가 열린것이다.
“필리핀에는 노래와 춤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간 우리 대중문화계가 정치와 유착하거나 일부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겪으며 정체해 있었을 뿐이죠. 이제 시작입니다.”(파블로)
SB19은 오는 21일 0시 10분(20일 밤 12시 10분)부터 KBS 1TV에서 방영하는 한-아세안 온라인 음악 축제 ‘ROUND in Korea’를 통해 한국 공중파에 처음 출연한다. 또한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11개국 대표와 한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