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코리아=김포) 정지수 기자 = “지옥철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한 후 한 말이다. 2022년 대선 당시 많은 후보들의 김포골드라인 챌린지가 진행될 정도로 김포골드라인은 혼잡도로 악명 높다. 하지만 1년 여가 지난 현재,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문제는 해결됐을까?
혼잡도 285%, 최악의 지옥철
김포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에서 서울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7km구간을 오가는 무인운전 전동차다. 김포는 신도시 조성 이후 대중교통 부족으로 인한 비판이 지속되어 왔고, 현재도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출퇴근 시간 김포공항역에서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이용객이 심심찮게 보이고, 119 출동수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김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본격적으로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을 추진하기로 밝혔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의 ‘지옥철’인 서울 9호선의 일부 구간(노량진~동작) 혼잡도가 185%인데 반해, 김포골드라인(고촌~김포공항)은 285%에 달한다. 혼잡도 285%는 쉽게 말해 A4용지 한 장에 사람 한 명이 올라가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에는 개찰구까지 이용객들이 줄을 서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기 위해 많게는 5대를 보내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최대 혼잡률을 보이는 김포골드라인에는 현재 크고 작은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오늘(11일) 오전 7시 50분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들은 전동차에 탑승해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5~6일 김포골드라인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는 열차 혼잡률에 대한 민원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출퇴근 시간에 너무 숨쉬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밀어대면서 타는데, 호흡곤란이 올 것 같다.” 라며 안전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김포시와 김포골드라인운영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김포도시철도는 지난 2019년 9월 개통 뒤 올 1월까지 3년 4개월간 2017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고장으로 인한 운행 장애는 올 2월까지 23건이 발생했다. 이 중 15건은 10분 미만 지연, 8건은 10분 이상 지연 건으로, 최근까지 고장으로 인한 20분 이상 지연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심지어 올해 2월에는 김포 양촌읍 차량기지 관제실에서 UPS패널(전기 파장 제어 장치)에서 화재 사고도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속적인 사고 발생...원인은?
김포골드라인의 ‘악마의 지옥철’이라는 오명과 지속적인 사고 발생 증가의 원인은 현재 김포골드라인이 단 2량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철 뿐 아니라 전철이 정차하는 승강장 길이도 처음부터 2량으로 건설되었고, 전구간 지하라는 김포전철 특성상 승강장 확장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김포시는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 2가지를 제시, 실행하고 있다. 먼저 배차 간격을 현재 3분 30초 가량에서 3분 내로 줄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 지하철로 몰리는 인구를 지상으로 분산하기 위해 ‘70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책만으로는 혼잡률을 개선하기 역부족이다. 우선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학생 이동인구가 급증했다. 오강현 김포시의회 부의장에 따르면, 대면수업이 재개됨에 따라 서울 지역 대학으로 등교하는 김포 학생 인구가 급증했고 서울 내 특성화고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 수도 늘면서, 올 3월 들어 예상했던 이동 수요를 넘어섰다. 여기에 기존 출퇴근 인구까지 더해지면 혼잡률은 더 심화될 것이고 시에서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안전무지'의 대한민국, 위험을 '감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대다수의 사회재난이 발생하기 전에는 크고 작은 신호(시그널)들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안전불감증'보다는 ’안전무지‘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대처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위험을 감지하는 과정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험성을 올바르게 감지해야 한다.
우선 김포골드라인은 현재 1인 역사로 운영되고 있다. 무인운전 전동차인 김포골드라인의 특성상, 화재사고가 나면 초동대처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전 과정을 역무원 1명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특히 점심시간이나 병결 등 개인 사정으로 역무원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위급한 상황에 무인역사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1인 역사의 문제점은 개통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3년이 지난 2023년 현재까지 개선이 안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김포골드라인은 김포골드라인운영 주식회사로, 서울교통공사 자회사로 운영되는 민간위탁 형식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 김포골드라인 임원을 임명하는 현재 구조는 2024년 9월에서야 계약이 완료된 후 변경되어 김포시로 인수인계 될 예정이다.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위탁이 아닌 공공위탁 형식이 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에 대한 부분은 민간보다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창출보다 안전이 우선시되는 구조 자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에 대한 공공위탁의 중요성은 김포에서 입증된 바 있다. 김포시 자원화센터 소각장은 불과 3~4년 전만 해도 악취로 인한 민원이 속출했다. 한 시민에 따르면 민간위탁 형식에서 직영체제로 바뀐 후 악취문제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직영체제로 바뀌면 일자리 안정 효과, 직원의 책임의식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인해 시민의 불편함이 즉각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2년 지자체 내에서 소각장을 만들도록 법률이 개정된 상황에서 시 차원으로 참고할 좋은 사례로 김포 자원화센터를 꼽아 '송파의정연구회’가 김포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김포골드라인을 마음 놓고 이용하고 싶다
김포골드라인이 시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시설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 차원의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배차 간격을 줄이기 전에 차량 자체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김포골드라인에 이용되는 열차의 기계 결함이 지적되어 왔다. 노선 특성상 우측 곡선 선로가 좌측 곡선 선로보다 1.8배 많아 전동차 우측 바퀴가 집중적으로 마모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포도시철도 운행 구간에서 전동차 떨림 현상 신고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이런 기계적 결함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6편성이 추가될 경우 시민의 안전은 더욱 위협받을 것이다.
더불어 밀도 과잉을 해결하기 위한 지상 대중교통(버스)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인천 5호선을 추가로 연결하는 데에는 시공간적 제약이 따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출퇴근 전용 70번 버스를 추가로 운영하는 동시에, 버스전용차선 적용시간을 늘려야 한다. 현재는 평일 07시~10시, 17시~21시에 버스전용차로에 일반 차량이 주행하는 경우 단속돼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출퇴근 시간을 더 늘려 버스전용차로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버스전용차로로 이동하는 혼잡시간 버스의 정시성을 보장하기 위해 단속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단속 카메라의 추가 설치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낸다면 출퇴근 시간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포시는 김포골드라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분석해 하루라도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안전불감증이 불치병이 아닌 완치가 가능한 사회 질병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적극적인 예산투입을 해야한다.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회적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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